[朝鮮칼럼 The Column] 슬기롭게 나라 살림할 대통령 누구인가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입력 2021. 9. 23. 03:20 수정 2021. 9. 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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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4조, 올해 11조 써서
1인당 25만원씩 흩뿌리기
피해 큰 자영업자는 자살 속출
초중고 수월성 교육 안 하고
대학 지원은 OECD 66% 불과
다음 정부, 나랏돈 제대로 써야
청와대 본관/조선일보 DB

어쩌다가 “나랏돈은 세금으로 거두었든 빚으로 마련했든 최대한 아끼고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뻔한 얘기를 해야 하게 되었는지 통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 정부는 4~5년에 한 번 있는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그보다 엄중한 국민의 실시간 선택의 결과인 시장과 싸우며 임기를 다 보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 놓고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워 투자보다 소비에 치중했다. 경제가 망가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일을 서슴지 않는다. 나라의 도움에 의존하는 국민을 늘리고, 그들에게 돈을 더 퍼 주는 것을 나름대로의 선거 전략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세금 징수와 재정 지출을 억제해야 할 국회가 더 앞장서고 있다.

‘집권당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여당이 나랏돈을 선거에 유리하게 쓰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의미한다. 나랏돈을 정말 제대로 써서 경제가 아무도 흔들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일자리가 늘어나서 나라가 개입하지 않아도 임금이 저절로 올라가고, 그래서 더 들어온 세금으로 저소득층의 복지 혜택을 날로 두껍게 한다면 표는 당연히 더 나올 것이다. 선거를 해볼 필요도 없는, 야당이 속 터지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방법은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기 초부터 열심히 해야 하고 시장을 잘 활용하는 경제 정책들과 병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자기 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힐 것이라고 믿는 정당이라면 내년 예산 편성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을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돈을 가장 헛되이 쓰는 방법은 아무런 이유 없이 돈을 뿌리는 것이다. 예컨대 작년과 금년 추경에서 각각 14조원, 11조원을 써서 일인당 25만원씩 나누어 주는 것이 그것이다. 금년 2차 추경에서의 소상공인 피해 보상 총액 5조3000억원의 5배나 되는 돈을 허비한 것이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이 결국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고 변명하겠지만, 국책 연구기관도 그 효과를 의심하는 우회적 방법을 쓰기보다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느라 장사를 망쳐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지경에서 자영업자 피해 보상을 더 두껍게 하는 것이 표가 더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나쁜 것은 타당성이 없는, 즉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에 돈을 쓰는 것이다.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면서까지 예산을 반영했으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매표 행위는 목적을 이미 달성한 것이다. 굳이 완공을 서두를 것 없고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 좋다. 타당성 있는 투자 사업들에 예산을 최대한 반영하고 앞당겨서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조금만 긴 호흡으로 보면 훨씬 더 유효한 득표 전략이 아닐지 곰곰 생각해 보기 바란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평소 의료 시설과 인력에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함을 절감했다. 의료 투자는 다양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도 한다. 삼성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연구개발에 7000억원을 기부할 때까지 나라는 무얼 했는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 과도한 희생을 한 의료진들이 파업을 운운하지 않도록 충분한 보상을 했어야 한다. 5대 백신 강국을 만들겠다면서 백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은 미국을 흉내라도 내고 있는가?

가장 미래지향적인 지출은 교육 투자인데 대학 등록금은 13년째 동결되어 있고, 재정의 학생 일인당 지출이 대학의 경우 OECD 평균 대비 66%에 불과하다. 초중등 교육은 OECD 평균 대비 30% 더 많은데도 수월성 추구에 뜻이 없고, 대학은 돈이 없어 교육의 질을 높일 수가 없다. 인공지능 교육도 정원을 제한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고, 일본에 대한 소재 의존도 탈피하고, 백신 5대 강국도 만들고, 망가뜨린 원전산업 대신 태양열·풍력·수소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일자리 예산이라는 걸 들여다보면 청년들의 연명과 취업 준비를 도와주거나 노인의 용돈 벌이가 대부분이다. 돈을 버는 일자리는 못 만들고 나라 돈을 쓰는 일자리나 만들고 있다. 이번에 경형 SUV를 출시한 광주글로벌모터스와 같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도록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대통령 재임 때는 국민에게 공돈을 퍼 줄 코로나 같은 명분이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부디 임기 초부터 나랏돈을 효과적으로 써서 후일 공돈 뿌리기 말고는 정권 심판론에 대응할 길이 없는 지경에 처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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