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는 일터에 '최애' 공간 만드니.. 즐거움 찾았죠"
손효주 기자 2021. 9.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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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에는 오메가3 등 각종 의약품 광고물과 약국 운영시간을 알리는 게시물이 걸렸다.
그는 "약국을 하면서 '처방전 없이 살짝 약을 달라'는 등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는 분들이 많아 스트레스가 컸다.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일이 적성에 안 맞다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약국 일도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어 서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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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속 책방 차린 박훌륭 약사
3년 전부터 서적 진열하고 판매
약국서 북토크 열고 직접 책배달도 "웃기 힘든 날들속 행복 나누고파"
3년 전부터 서적 진열하고 판매
약국서 북토크 열고 직접 책배달도 "웃기 힘든 날들속 행복 나누고파"
출입문에는 오메가3 등 각종 의약품 광고물과 약국 운영시간을 알리는 게시물이 걸렸다. 그런데 약 광고 주변으로 에세이, 소설 등 신간 소개가 줄줄이 붙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오른쪽에는 약이, 왼쪽에는 책이 가득하다. 이 수상한 공간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약국이자 ‘아직 독립 못한 책방’이라는 이름의 서점. 최근 이곳에서 만난 박훌륭 약사(40)는 “하루에도 여러 명이 ‘여기가 약국 맞냐?’고 묻는다”며 웃었다.
그가 ‘약국 안 서점’을 연 건 2018년 8월.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사서 모으는 걸 즐기던 그는 좋아하는 일을 아예 자신의 일터에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서점을 열었다. 그는 “약국을 하면서 ‘처방전 없이 살짝 약을 달라’는 등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는 분들이 많아 스트레스가 컸다.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일이 적성에 안 맞다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약국 일도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어 서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 팔리지 않는 약국 판매용 화장품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책 100여 권을 진열했다. 서점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규모. 그러나 작디작은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늘었다. 그는 “처음 책을 팔았을 때 ‘여기도 손님이 오네’ 싶어 얼떨떨하면서도 이게 작은 동네 책방만의 매력이구나 싶어 신났다”며 “나와 책 취향이 비슷한 이들과 친해지면서 사람 만나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됐다”고 했다.
작은 서점의 매력을 알게 된 그는 이벤트에도 도전했다. 2019년 7월 김연수 작가와 독자들을 초청한 걸 시작으로 지난해 8월까지 20회 가까이 ‘약국 안 북토크’를 열었다. 지난해 5월 가정의달에는 추첨을 통해 구매자의 집으로 책을 배달해주는 이벤트도 했다. 그는 제주도까지 책 배달을 다녀왔다. 연필, 우산, 과일즙 등을 굿즈로 만들어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그는 “책에 대한 접근이 너무 근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놀이처럼 책을 대할 수 있는 이벤트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초에 펴낸 에세이집 ‘약국 안 책방’(인디고)에서 끊임없이 이벤트를 벌이는 이유로 “작은 책방을 일부러 찾아주는 분들에게 무언가 돌려주고 싶은 마음, 좀처럼 웃을 수 없는 날들 속에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썼다.
‘좋아하는 책이나 모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서점은 어느새 약 1500권 규모로 발전했다. 약품 진열대는 조금씩 서가에 자리를 앙보하는 중이다. 그는 “약국 안 서점이 우리 서점만의 정체성인 만큼 서점을 따로 낼 계획은 없다”며 “본업인 약사 일에 충실하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며 ‘아사장(아직 독립 못한 책방 사장)’으로 불리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저도 구체적인 생각을 안 하고 일단 서점을 시작했거든요. 책 몇 권 꽂아 놓는 걸로요.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면 좋겠어요. 고민하느라 시작조차 못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일단 시작하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방향은 생길 겁니다.”
그가 ‘약국 안 서점’을 연 건 2018년 8월.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사서 모으는 걸 즐기던 그는 좋아하는 일을 아예 자신의 일터에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서점을 열었다. 그는 “약국을 하면서 ‘처방전 없이 살짝 약을 달라’는 등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는 분들이 많아 스트레스가 컸다.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일이 적성에 안 맞다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약국 일도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어 서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 팔리지 않는 약국 판매용 화장품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책 100여 권을 진열했다. 서점이라고 하기는 애매한 규모. 그러나 작디작은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늘었다. 그는 “처음 책을 팔았을 때 ‘여기도 손님이 오네’ 싶어 얼떨떨하면서도 이게 작은 동네 책방만의 매력이구나 싶어 신났다”며 “나와 책 취향이 비슷한 이들과 친해지면서 사람 만나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됐다”고 했다.
작은 서점의 매력을 알게 된 그는 이벤트에도 도전했다. 2019년 7월 김연수 작가와 독자들을 초청한 걸 시작으로 지난해 8월까지 20회 가까이 ‘약국 안 북토크’를 열었다. 지난해 5월 가정의달에는 추첨을 통해 구매자의 집으로 책을 배달해주는 이벤트도 했다. 그는 제주도까지 책 배달을 다녀왔다. 연필, 우산, 과일즙 등을 굿즈로 만들어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그는 “책에 대한 접근이 너무 근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놀이처럼 책을 대할 수 있는 이벤트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초에 펴낸 에세이집 ‘약국 안 책방’(인디고)에서 끊임없이 이벤트를 벌이는 이유로 “작은 책방을 일부러 찾아주는 분들에게 무언가 돌려주고 싶은 마음, 좀처럼 웃을 수 없는 날들 속에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썼다.
‘좋아하는 책이나 모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서점은 어느새 약 1500권 규모로 발전했다. 약품 진열대는 조금씩 서가에 자리를 앙보하는 중이다. 그는 “약국 안 서점이 우리 서점만의 정체성인 만큼 서점을 따로 낼 계획은 없다”며 “본업인 약사 일에 충실하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며 ‘아사장(아직 독립 못한 책방 사장)’으로 불리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저도 구체적인 생각을 안 하고 일단 서점을 시작했거든요. 책 몇 권 꽂아 놓는 걸로요.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면 좋겠어요. 고민하느라 시작조차 못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일단 시작하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방향은 생길 겁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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