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저궤도 통신위성, 별들의 전쟁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입력 2021. 9.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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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92년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우리별 1호를 개발해 발사했다. 인공위성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인공위성 보유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우리별, 차세대 소형 위성, 다목적 실용 위성 시리즈 등 다양한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들을 개발·발사했고 위성을 수출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예산 등의 한계로 통신위성 개발에는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2010년 천리안 1호를 발사했으나 통신 전용의 인공위성이 아닌 기상관측, 해양관측 그리고 공공통신을 위한 복합기능의 정지궤도 인공위성이었다. 또한 국내 유일하게 위성통신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지궤도 무궁화위성은 총 4기로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 운용 중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 수요가 가장 많고 국가 기간망으로 활용이 가능하며 군의 전략 우주통신망으로 활용도가 높은 저궤도 통신위성 개발과 운용기술이 축적되지 못했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맞아 세계 우주 선진국들은 지구관측 인공위성의 개발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 미래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저궤도 통신위성 개발 운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한국의 통신위성을 포함한 정지궤도 위성들은 적도면 상공의 고도 약 3만6000㎞에 배치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변경할 수 없는 먼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송수신에 소요되는 신호 지연은 0.8초 이상 일어나며 적도면의 안테나 빔 형성으로 한정된 지역만 통신이 가능하다. 또한 1기 혹은 한정된 대수의 정지위성 운용으로 인해 고장 나면 통신링크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다 보니 정지궤도 위성은 4차 산업혁명 기술 구현의 핵심인 5G뿐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 구현될 6G 기반 초고속 통신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미국, 유럽 등 통신위성 선진국들은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해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도 300~1500㎞에서 운용되는 저궤도 통신위성은 저비용으로 소형화·경량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까운 물리적 거리로 저출력의 신호증폭기를 사용하고도 신호 지연은 0.01초 이하이며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또한 군집화된 통신위성의 운용으로 하나의 위성에 불량이 발생해도 인접 통신위성으로 통신할 수 있고 위성 간 통신 링크 구현이 가능하다. 국방 측면에서도 전기전자 기반의 현대전은 초고속 통신을 요구하며, 저궤도 통신위성에 6G 기술이 탑재될 경우 100Gbps의 초고속·초공간 3차원 비지상망 연동이 가능해진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시장 규모가 약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큰 기회를 본 기업들은 저궤도 통신위성 개발에 매우 공격적이다. 미국의 스페이스X는 무려 총 1만2000기의 통신위성을 발사해 글로벌 우주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당찬 목표를 갖고, 2021년 5월까지 이미 1735대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미국 정부는 민간 주도의 저궤도 통신위성 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제공하려는 듯 국제통신연합에 스페이스X를 대신해 3만기의 추가 통신위성 발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 이외에도 아마존의 자회사 카이퍼시스템즈, 페이스북의 자회사 포인트뷰테크 등이 통신위성 사업에 뛰어들었고, 애플도 비공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도 글로벌 우주 네트워크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목표하에 꾸준하게 저궤도 통신위성들을 우주로 보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별들의 전쟁이 진행 중인 것이다.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저궤도 통신위성 시스템 구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인식하에 2031년까지 총 14기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GO 통신위성 기술의 자립화와 6G 시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실증용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이 진행되면 타 부처들도 도심항공교통, 자율운항선박시스템 및 해상교통정보 서비스 실증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자력으로 저궤도 통신위성 기술을 개발하고 위성을 운용하는 것은 국가 산업과 안보의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국내 산학연이 그간의 인공위성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와 함께 힘을 모아 곧 다가올 6G 기반의 초고속·초공간의 통신을 담당할 저궤도 통신위성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큰 성원을 바탕으로 산학연이 이뤄낼 우주강국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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