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이냐 생산력이냐.. 쌍용차 인수 '2파전'
국내 전기차 업체 이엘비앤티(EL B&T)와 에디슨모터스의 ‘2파전’으로 압축된 쌍용차 인수전의 승자가 이르면 29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은 본입찰에 참여한 이엘비앤티와 에디슨모터스, 미국 인디EV 중 우선협상대상자 1곳과 예비협상대상자 1곳을 각각 선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인수 금액으로 1000억원대 초반을 적어낸 인디EV는 5000억원대 초반을 써 낸 이엘비앤티, 2000억원대 후반을 쓴 에디슨모터스에 밀려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EY한영은 투자 확약서와 은행 지급 보증서 등을 바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력 이엘비앤티 vs 전기차 양산 에디슨
전기차·배터리 제조 업체인 이엘비앤티는 가장 높은 인수액을 적어내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기업이다. 종전 쌍용차의 유력 투자자였던 미국 카디널 원 모터스(옛 HAAH오토모티브), 사모펀드 파빌리온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했다.
이엘비앤티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 설계·공정 기술과 배터리 제조 기술을 쌍용차로 이전, 신형 전기차 개발을 앞당겨 조속한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엘비엔티 관계자는 “고속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독일 배터리 회사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엘비앤티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개발 기업(SIIVC)과 사우디 현지 공장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쌍용차에서 반제품을 만든 뒤 사우디로 수출해 현지에서 최종 조립 후 판매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에 참가한 카디널 원 모터스가 북미 지역에 구축한 판매 채널 135개를 활용해 2023년부터 북미 수출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에디슨모터스는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 KCGI, 키스톤PE와 컨소시엄을 꾸려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2700억원 정도를 확보한 에디슨모터스는 2~3년 내에 추가 자금을 조달해 8000억~1조5000억원 정도의 인수·운영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10종,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 금액에선 이엘비앤티에 밀리지만 이미 전기 트럭·버스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전기버스에 적용된 모터·배터리 기술과 플랫폼을 쌍용차에 이식하면 완충 후 주행거리가 최소 450㎞ 이상인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며 “전기차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인수해야 쌍용차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사 모두 현재 10만대 수준인 쌍용차 연간 생산량을 30만대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30만대는 만들어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고용 유지’도 목표로 내걸었다. 노조에서 호감을 얻어 인수 과정의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나
쌍용차가 회생에 성공하려면, 꾸준히 경쟁력 있는 신형 전기차를 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쌍용차는 인수 후보들이 전기차 업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후보 기업들의 규모나 사업 경력을 볼 때,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쌍용차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본질적인 우려는 완전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직원 180명에 지난해 매출 897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이엘비앤티는 자본금 30억원에, 작년 매출은 1억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작년 매출 2조9297억원·영업손실 4460억원을 기록한 쌍용차를 인수하기엔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이 4600여 명에 이르는 쌍용차의 고용 문제를 감안하면 정부도 기업 회생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인수 후보자들이 과연 쌍용차를 정상화시킬 역량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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