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김유정·김정한·정비석·현덕.. 조선일보 신춘문예, 근대 문학 이끌어"
'근대 신춘문예: 조선일보 편' 펴내
매일신보·東亞보다 늦었지만
엄격한 당선 기준으로 대표 주자 돼
“192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한 신춘문예는 초기 문학 장르의 정착과 확산뿐 아니라, 작가들을 발굴하며 근대 문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런데 후발 주자였던 조선일보가 어떻게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연세대 손동호(41) 근대한국학연구소 교수가 ‘근대 신춘문예 당선 단편소설 : 조선일보 편’(소명출판)을 펴냈다. 신춘문예 당선작을 발표하기 시작한 1929년부터 일제 조선총독부에 의해 강제 폐간됐던 1940년까지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24편을 모았다. 본문을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수정하고, 현대 어법에 맞는 띄어쓰기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손 교수는 “지난해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과거 지면과 기사를 검색하게 해 준 ‘조선 뉴스 라이브러리 100’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조선일보를 시작으로 동아일보, 매일신보의 초기 신춘문예 작품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가 눈여겨 본 것은 조선일보의 신춘문예 전략이다. 최초였던 매일신보(현재 서울신문)보다 13년, 동아일보보다 3년 늦게 신춘문예를 도입한 조선일보는 백석의 ‘그 모(母)와 아들’(1930), 박영준의 ‘모범경작생’(1934), 김유정의 ‘소낙비’(1935), 김정한의 ‘사하촌’(1936), 정비석의 ‘성황당’(1937), 현덕의 ‘남생이’(1938) 등 문학사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와 작품을 잇달아 배출하면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손 교수는 “매일신보는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주목할 만한 작가가 드물었고, 동아일보는 김동리와 정비석 등 작가 발굴엔 성공했지만 당선작까지 고려한다면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경쟁 매체보다 높은 상금을 지급하고, 당선자에게 발표 지면을 꾸준히 제공해 신인들의 투고열과 창작욕을 자극했다. 그는 “조선일보는 높은 수준의 당선 기준을 요구하며 당선작을 뽑지 않기도 했다”며 “무조건 당선작을 뽑는 ‘일등 나열주의’에서 벗어난 ‘실력주의’도 독자의 신뢰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가 내세운 선발 기준은 ‘작가로 행세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 있는 신인’ ‘현 문단의 수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전쟁과 분단의 참상을 딛고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1954년에 부활했다.
지난해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시·소설·희곡 등 8개 부문 응모작이 8870편으로, 전년(8848편)보다 약간 늘었다. 손 교수는 “문학 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신춘문예가 신예 발굴의 요람으로 여전한 위상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과거 ‘가정란’ ‘아동란’ 지면에 여성·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실었듯 다양한 독자층에게 작가와 작품이 닿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을 이끌 작가를 찾는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된다. 오는 11월 중 모집, 12월 중 마감을 거쳐 내년 1월 1일 조선일보에 당선작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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