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골프.. 세상살이와 똑같아요"

김경은 기자 2021. 9.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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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어 팟캐스트 '나쁜골프' 시작하는 카피라이터 강찬욱
美지도자연맹 프로자격증도 따
카피라이터 강찬욱. /박상훈 기자

지름 108㎜의 작은 홀. 그 신생아 손바닥만 한 세상을 20년 넘게 들여다보면서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 티칭프로 자격증까지 따낸 카피라이터 강찬욱(54) 시대의시선 대표가 지난 18일 팟캐스트 ‘나쁜골프’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몸으로 부딪혀 얻은 골프 지식과 골프를 치면서 깨달은 삶의 통찰들을 그러모아 같은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그는 지난 4월 초보 골퍼를 위한 실질적 조언을 담은 책 ‘골프의 기쁨’도 냈다. 지금도 틈만 나면 골프를 치느라 거리 측정기를 찬 부분만 빼면 양팔이 온통 새카만 그는 “골프를 그리 좋아하면서 왜 유튜브 문패를 ‘나쁜골프’로 지었느냐”는 물음에 “진짜 멋있고 너무 좋아서 날 꼼짝도 못하게 사로잡는데 절대 내 맘대론 안 되니 꼭 나쁜 여자 같아서”라며 웃었다.

2000년 골프에 입문했다.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최인아 최인아책방 대표가 제일기획에 재직하던 시절 그 밑에서 5년 일하다 회사를 차려 막 독립한 즈음이었다. 그 후 ‘쿠쿠하세요’ ‘맛은 쌓인다, 백설’ 등 카피를 쓰고 광고 제작에 참여했다. 하지만 일에 파묻혀 사느라 혈색이 나날이 어두워지는 걸 염려한 아버지가 선물로 골프채를 사줬다. 골프에 재미를 붙인 그는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일하다 새벽 3시면 발산동 24시 연습장으로 가 잠도 안 자고 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비즈니스 골프가 아닌 이상, 골프장에선 골프 잘 치는 사람이 ‘형님’”이라고 했다. “명문대 나오고 부자 동네 살고 대기업 엘리트라 늘 칭찬받는데, 필드에서 골프를 치다 보면 ‘내가 별로구나’ 깨닫게 되거든요.” 그는 “그걸 부정하거나 다른 걸로 숨기려다 보면 공을 치고도 연습인 척 동반자를 속이고, 남도 안 되길 바라는 사람이 되게 마련”이라며 “골프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라운드 전후로 다섯 시간은 같이 있어야 하니까 속마음의 밑바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골프장만큼 드넓은 경기장이 없잖아요? 승승장구할 땐 그 성공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아도 세상살이가 반드시 그렇진 않죠.”

그는 “’108번뇌’처럼 18홀을 돌면서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히고 생각도 못 한 실패를 겪다가 108밀리미터 홀에 볼을 넣으면 그 짜릿함은 말로 설명 못 한다”며 “경쟁 앞에서 자꾸 치사해지려는 심정을 이해는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게 더 멋있으니 일부러라도 바람직한 생각을 해서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골프장에서 좋은 사람은 밖에서 만나도 좋은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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