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아포리아]아시아의 나토와 한국의 외교안보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1. 9. 2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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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헴머와 카첸스타인은 일찍이 아시아에는 왜 유럽과 달리 다자안보기구인 나토가 없는지를 정체성과 경제적 토대라는 2가지 요인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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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김남국 교수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귀환을 질서 있게 보여주던 조 바이든의 외교는 아프가니스탄 철군과정에서 보여준 혼란과 무질서로 갑작스러운 반전을 맞았다. 특히 유럽의 우방들에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바이든정부가 국제질서 유지에 필요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할 의지가 있는지와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의 가치에 동의하는 동맹 네트워크를 존중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미국은 제국주의적 과대팽창이 스스로의 운명을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해외 파병을 줄이고 국내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고립주의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고립주의와 개입주의를 규칙적으로 오간 미국의 대외정책은 국내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했을 때 패배의 시선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철수를 단행하곤 했다.

미국은 국내적으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확산저지와 경제회복, 계층 및 인종간 화합을 통해 2개의 미국으로 갈라진 사회를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3월 61% 정도였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9월 43%로 낮아졌고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하일 때 보통 하원의석 37석을 잃는다는 통계로 보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놓치기 쉽다. 바이든이 내놓은 1조2000억달러의 인프라투자 법안은 상원을 통과했지만 아직 하원에 계류 중이다.

아프간에서 철수한 후 바이든은 중국과 대결에 초점을 맞춰 전력을 재구성한다고 발표했고 영국, 호주와 핵잠수함 기술이전을 포함한 오커스(AUKUS)를 출범함으로써 이들 국가를 군사적으로 전진배치하고 있다. 바이든은 자서전에서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70%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30%는 본인의 지혜와 판단, 확신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아프간 철군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문제 해결을 바탕으로 동맹의 재편에 근거해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는 과정에는 바이든의 강한 확신이 담겼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쿼드(QUAD)를 "아시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고 비판했다. 헴머와 카첸스타인은 일찍이 아시아에는 왜 유럽과 달리 다자안보기구인 나토가 없는지를 정체성과 경제적 토대라는 2가지 요인으로 설명했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유럽이 미국과 동일한 정치공동체에 속한다고 생각했고 경제적 유인이 크다고 생각했다. 반면 아시아는 동등한 국가들 사이의 다자주의적 협력이 목표가 아니라고 봤다. 아시아는 외국일뿐더러 열등한 지역으로 일방적인 미국의 우위나 양자관계만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질서의 축은 아시아로 이동했고 전략환경도 변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안보동맹, 가치동맹, 미래동맹의 다양한 한미관계 차원을 주도하면서 미중갈등이 남북관계의 하부구조가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판문점을 통해 싱가포르로 갔듯이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힘써야 한다. 1876년 강화도조약의 대표였던 신헌은 고종을 향해 "등국, 설국과 같은 작은 나라도 전국시대에 능히 보전하였거늘 전하는 어찌 수어방책이 없겠는가, 이는 하지 않음(不爲)이지 하지 못함(不能)이 아니다"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 군사비 규모 8위의 한국이 할 수 없다고 말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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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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