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핵공학과 지원 줄고 전공바꿔..'탈원전'에 인재 떠나는 대학가

강민구 2021. 9. 2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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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학과 미달 사태, 서울대 학생 잡기 활동
연구기관 큰 변화없지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영향도
심형진 협의회장 "위기감 있지만 기후 등 역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 1984년 설립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는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산업계와 밀착된 학교 중 하나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16년 224명이었던 재학생 숫자는 올해 141명으로 줄었고, 신입생 충원률은 87.8%에 그쳤다. 복학 이후 전기과, 기계과 등으로 전과하는 학생들도 많아졌고,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취업률도 2016년(60.4%) 대비 2020년 절반(30%)으로 줄었다.

조선대처럼 전국 대학의 원자력공학과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학별로 사정은 다르지만, 재학생들이 위기감을 가지고 있고, 학과를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진원 조선대 원자력공학과장은 “국내 대표 원자력기업부터 하청기업까지 모두 어렵다 보니 학과에 오는 학생들도 줄었고, 오더라도 다른 과로 옮기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원자력 발전에서 중요한 인자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데 현재 추세로 가면 학과도 없어질 판”이라고 우려했다.

핵공학 전공 꺼리고, 입학하더라도 핵융합·방사선 분야에 쏠려

이러한 위기가 심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계속 하더라도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 강화나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소형모듈원자로(SMR), 핵폐기물 처리기술 개발 등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자력산업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국내 원자력 관련 학과 재학생 숫자는 △학사(2017년 2019명→2020년 1566명) △석사(2017년 376명→2020년 264명)로 나타났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소폭 늘었지만, 원자력산업계 생태계 붕괴에 따른 영향이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서울대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는 학부생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2018학년도에 신입생 6명이 자퇴한 이후 매년 2~3명 가량 자퇴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 설령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하더라도 원자력시스템공학 분야 보다는 핵융합이나 방사선공학 분야에만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진로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연구실 소개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유하고, 재학생과 함께 졸업생·해외 유학생이 참석하는 온라인 행사에서 원자핵공학과의 비전을 공유하는 등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자력연·KINS·KINAC 등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영향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등은 국내 주요 원자력 관련 연구기관은 특성상 채용인원 규모에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채용인원 변화, 방사선 안전 관리 분야 등에 쏠리는 현상도 보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작년 채용 인원 51명 중 청원 경찰(14명), 사무행정(11명), 경영기획·홍보 등(5명) 순으로 많았다.

연구직에서는 원자력 사이버 보안·인공지능 기술, 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사선 계측 연구 등이 눈에 띄었다. 기존 인력들이 정규직화되거나 미래 연구, 원자력 안전에 채용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핵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자리는 더 적어지는 셈이다.

심형진 원자력학과장협의회장(서울대 원자핵공학과장)은 “모든 공학들이 시대에 따라 부침을 겪듯이, 현재는 원자력공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탈원전 상황에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망가지면서 산업체 취업이 어려워졌고, 연구계의 경우도 가시적인 변화는 없지만 원자력 규제 등에 쏠리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 학과장은 “당장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동요하는 학생들에 비전을 공유하고, 졸업해서 사회진출할 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독려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환경 속에서 원자력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묵묵히 연구개발을 하다보면 빛을 보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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