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01]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페스티벌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튀김 요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자 세계인이 즐겨 먹는 브랜드다.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프라이드치킨 앞에 으레 ‘켄터키’라는 말을 붙였다. (요즈음은 그냥 ‘치킨’이라고 부르는데, 영어로 ‘닭’이라는 뜻의 치킨이 우리나라에서는 프라이드치킨을 의미하는 점이 흥미롭다)
경제 공황 시기였던 1930년, 창업자 샌더스(Harland Sanders)는 켄터키의 시골 마을 코빈(Corbin)에서 압력솥에 닭을 튀겨 팔기 시작했다. 소문이 나면서 운전자들이 즐겨 찾았고, 1939년 11가지 허브와 양념을 조합한 조리법을 개발해 오늘날 전설이 되었다. 현재 145국에 2만4000여 매장을 가진, 맥도널드 다음으로 큰 외식 체인이다.
샌더스는 1936년 켄터키주(州)에서 ‘대령(Colonel)’이라는 명예공로훈장을 받은 이후 ‘샌더스 대령’이라는 이름을 썼다. 9월 마지막 주말, 코빈 마을에서는 ‘치킨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는 오늘부터 나흘간이다. 1990년 시작한 이 행사에 매년 10만명이 방문한다. 박물관으로 바뀐 샌더스 카페를 둘러보고,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무쇠솥에서 튀긴 치킨을 나누어 먹는다. ‘치맥 파티’의 원조다. 동네 노인들은 늘 흰색 슈트를 입은 샌더스의 의상으로 분장하고 서로 더 닮았다고, 자기가 오리지널이라고 경쟁한다.<사진>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은 1991년 상호를 KFC로 바꿨다. ‘튀김(Fried)’이라는 단어가 건강에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전국 단골들은 이곳을 이미 ‘KFC’라는 약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근래에 일부 매장에서는 간판을 다시 옛 이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복고 마케팅이다. “KFC와 치킨의 관계는 MTV와 음악의 관계”라는 말이 있듯이, 더 맛있는 치킨은 많지만 세계 치킨의 기준은 아직도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다. 미국의 웬만한 시골 마을에서 치킨 한 바스켓과 식스 팩 맥주가 있으면 도시의 어느 정찬 코스 요리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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