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편가르는 '서울시 바로세우기'

송민섭 입력 2021. 9. 2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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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인출기(ATM)로 전락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 말 한마디로 서울시 민간 위탁·보조사업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의 '적폐'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4·7 서울시장 선거 전 서울시 한 '늘공'으로부터 "민간 보조 사업자를 선정할 때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내야 저희도 도와드릴 수 있다'고 하면 '내가 서울시 누구랑 친한데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기부터 하는 인사들이 상당했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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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적폐로 규정.. 냉정한 평가 우선돼야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인출기(ATM)로 전락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 말 한마디로 서울시 민간 위탁·보조사업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의 ‘적폐’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오 시장의 잇단 발표 이후 지난 10여년간 1조원이 집행됐다는 시 민간 위탁·보조사업에 불법과 비위 행위가 만연해 있을 것으로 의심하는 시민들이 상당하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이 같은 불신 기저에는 서울시로부터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한 정의기억연대의 부실 회계 의혹과 서울시 혁신기획관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세운 회사에 50억원가량의 일감을 몰아준 전효관 전 청와대 문화비서관 사례 등이 깔려 있다. 마을공동체나 도시재생, 남북교류사업 등 ‘박원순표’ 대표 정책이었으나 시민들이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일정 부분 작용한 듯 보인다.

민간 위탁·보조 사업은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활용해 공공서비스의 질과 정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다. 하지만 서울시 민간 위탁·보조사업이 애초 취지에 걸맞은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2014년 시작된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전체 관련 예산의 33%인 536억원이 투입됐지만 발전용량 비율은 12.2%에 불과했다. 사업 참여 업체 20%가 3년 내 폐업해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책 입안·집행에 있어 민간이 공무원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은 편견일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민영화, 아웃소싱(민간위탁)을 확대하던 영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직영화, 인소싱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영국 공공서비스 연구기관(APSE)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영국 211개 지방정부의 73%는 민간위탁 사업의 직영화를 고려하고 있고 59%는 일부 서비스에 대한 인소싱을 완료했다. 아웃소싱의 인소싱 전환의 주된 이유로는 경쟁·혁신 저하에 따른 서비스 질 하락과 비용 상승의 위험이 꼽혔다.

시민단체 출신들이 정무직이나 개방형 임기제 등으로 서울시 관련 보직을 맡다보니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됐다는 내부 불만이 나온다. 4·7 서울시장 선거 전 서울시 한 ‘늘공’으로부터 “민간 보조 사업자를 선정할 때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를 내야 저희도 도와드릴 수 있다’고 하면 ‘내가 서울시 누구랑 친한데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기부터 하는 인사들이 상당했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 있다. 특정 시민단체 출신들이 정책 입안부터 사업자 선정, 지도·감독까지 사업 전반을 관장하다보니 ‘셀프 수주’, ‘내 편 챙기기’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올 한 해 1160억원 집행됐다는 민간 위탁·보조금은 과연 모두가 누수된 혈세일까. 시민단체들끼리 보조금을 나눠 먹기 위한 ‘중개소’로 표현된 중간 지원조직은 주민 니즈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펴기 위한 보다 개선된 집행체계일 수 있다. ‘대못 박기’로 규정된 수탁기관의 고용승계 규정은 2016년 구의역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게 관련 단체들 항변이다.

영국의 인소싱 바람을 소개한 채준호 전북대 교수는 민간 위탁된 서비스가 효율성과 서비스 질 측면에서 바람직한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런 점에서 오 시장이 구체적인 불법·비위 사례 없이 민간 위탁·보조 사업을 ‘시민단체의 ATM’으로 규정한 것은 성급한 면이 없잖아 있다. 오 시장의 이번 문제 제기가 단순히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진정한 민·관 협치, 주민자치, 적극행정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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