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당신의 마음을 읽는 기술

- 2021. 9. 2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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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신호 읽어주는 신경칩 이용
마비 환자가 로봇팔 사용하고
사람의 마음 읽기도 가능해져
신경윤리학적 고민 시작해야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1년간 취소와 연기 가능성 소식을 반복하던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7월 개최됐다. 8월 초 올림픽이 폐막되고 2주 뒤, 신체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벌이는 스포츠 축제인 패럴림픽이 이어 개최됐다. 1948년 참전 중에 척추손상을 받은 상이용사들이 모여 휠체어 경기를 하는 대회로 시작한 패럴림픽은 1976년에는 척수손상뿐 아니라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로 문호가 확대됐고,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올림픽부터 패럴림픽은 올림픽이 열린 바로 그 도시에서 여는 전통이 시작됐다.

도쿄 패럴림픽 중계를 보며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패럴림픽에서는 장애로부터의 한계를 온전히 사람의 의지와 노력으로만 극복한 사람이 모여 경쟁을 한다. 실생활에서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장애로부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가능하다. 우리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 정보를 처리해 가장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우리 몸에 신호를 내려 보낸다. 그런데 정확한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감각 장애가 발생하고, 척수손상 등으로 뇌에서 보내는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적 장애가 발생한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뇌·인지과학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뇌과학자들은 뇌가 어떻게 외부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처리하며, 처리된 정보를 몸에 어떻게 전달하는지 연구한다. 이런 기초연구를 통해 축적된 지식은 뇌공학자의 손을 거쳐 기술로 거듭난다. 예를 들어 우리 눈이 어떻게 빛을 감지하는지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뇌공학자는 인공망막을 만들어 시각장애인이 다시 세상을 보도록 도와준다. 뇌공학자는 척수손상 등으로 인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2009년 많은 관객이 환호한 영화 ‘아바타’ 속 주인공은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는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됐지만, 주인공의 뇌 신호에 따라 작동하는 아바타는 신체적 장애 없이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이처럼 인간의 뇌 신호를 측정하고 이 신호로 다시 정교하게 기계를 작동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신체적 장애로 고통받는 많은 장애인에게 큰 희망이 된다.

이런 기술은 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라는 분야 뇌공학자가 주도하는데, 이 분야는 컴퓨터가 본격 도입된 1970년대부터 뇌와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시작됐다. 처음에는 주로 뇌 신호를 분석해 이를 외부장치에 전달하여 운동장애를 회복하는 데 활용했다. 2000년대에 들어 뇌 각 부위의 기능을 바탕으로 뇌지도를 만들어가며 BCI 신경보철물 제작이 더 정교해졌고, 이를 통해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뇌 신호를 읽어주는 신경칩을 이용해 전신마비 환자가 로봇팔로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일이 가능해졌다. 뇌 신호를 분석하는 기술 발전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도 가능해졌는데, 2011년 미국 버클리대의 잭 갤런트 교수 연구진은 사람 뇌 신호를 분석해 마음속에 떠올린 영상을 맞히는 기술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2013년, 일본 첨단통신연구소(ATR)의 가미타미 유키야스 교수는 사람 뇌 신호를 분석해 그 사람 꿈속 사물을 맞히는 기술도 개발했다. 2016년 일론 머스크 박사는 ‘뉴럴링크’사를 설립해 사람 뇌 신호를 측정해 사람의 생각을 코드 분석(decoding)하고 이를 다시 사람에게 돌려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이 기술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데, 이 기술이 완성된다면 생각만으로 카톡을 보내거나 차를 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뇌공학 기술의 발전은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경계해야할 점도 있다. 왜냐하면 뇌 신호를 읽는 기술의 발전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경험할, 인간의 정신이나 마음을 해킹하는 무서운 세상을 열게 될 수도 있다. 인간의 뇌 신호를 읽는 뇌공학 기술이 21세기 다이너마이트가 되지 않으려면,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는 선한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만큼이나 신경윤리학적 측면의 범사회적 고민도 함께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뇌 인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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