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쓴 韓 당구 아마추어 '해커' 국제 프로대회 4강까지 올랐다
준결승 문턱서 스페인 선수에 져
"가면, 당구 알리는 나만의 방식"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아마추어 당구 선수 ‘해커’(본명 안광준)가 PBA(프로당구협회) 대회 4강까지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해커는 22일 PBA 2021-2022 시즌 두 번째 대회인 ‘TS샴푸 PBA 챔피언십 2021’ 4강전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에게 세트스코어 0대4로 졌다. 하지만 초청받아 출전한 동호인의 성적으로는 놀라웠다. 그는 32강전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인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을 3대0으로 꺾었고, 16강과 8강에서도 국내의 강자들을 연파했다.
해커는 4강에 오르고 나서 “1회전 통과를 목표로 삼았는데 너무 잘해서 난감할 지경”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월 PBA 시즌 첫 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처음 프로 무대를 밟았을 땐 1회전(128강전) 탈락에 그쳤는데, 석 달 만에 본인도 믿기 어려운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PBA가 올 시즌 개최하는 6개 대회 중 하나다. 우승 상금은 1억원씩이다. 내년 2월엔 ‘왕중왕전’ 격인 ‘PBA 월드 챔피언십 2022’가 열린다. 해커는 4강 진출 상금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해커는 2018년부터 ‘당구해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했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방송을 진행한다. 재밌는 입담과 함께 프로 선수들과 비공식 경기도 하며 당구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자 수는 7만명이 넘는다.
해커의 정체가 아마추어 고수 안광준(38)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동호인 대회에서 여러 번 1위를 했다. 2019년엔 1600명이 참가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장 프로에 데뷔해도 된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선수 등록은 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당구장을 꾸리고 있고, 유튜브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 ‘전업 선수’를 하기는 벅차다는 입장이다.
해커는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가면을 쓰고 머리엔 검은색 중절모로 멋을 냈다. 빨간색, 노란색 등 화려한 색깔의 바지도 즐겨 입었다. 그의 독특한 모습은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인기를 모았다. ‘신비주의’를 고수하지는 않았다. 방송이나 사진 촬영이 없을 땐 대회장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다녔다. “나의 방식으로 당구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가면을 썼을 뿐”이라고 했다.
인기 덕분에 아마추어인데도 ‘PBA 큐스쿨’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PBA는 “해커는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커의 외모와 복장이 상대 선수를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해커는 “당구는 (겉모습이 아니라) 당구공으로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그는 11월에 열리는 대회에 나설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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