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1년, 전세 실거래가도 13% 뛰었다

정순우 기자 2021. 9. 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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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계약 포함해도 전년보다 2~4%p 높아.. 신규계약은 50%↑
/그래픽=박상훈

전세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룰)를 담은 개정 주택임대차법이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후 약 1년간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가 13%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 실거주 등 예외적인 사유가 아니라면 계약 갱신이 강제화되고, 갱신 계약은 임대료 인상이 5%로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년 동기(10.66%)보다 전셋값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이다. 그만큼 신규 계약의 전셋값이 급등했다는 의미다. 당장 전셋값 급등을 피한 기존 세입자 역시 갱신 계약이 끝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전셋값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더 큰 혼란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임대차법을 원상복구하고 전세 매물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세 급등만 부추긴 임대차법

22일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대비 올해 6월의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지수는 13.44% 올랐다. 1년 전 같은 기간(2019년 7월~2020년 6월)의 상승률(10.66%)보다 3%포인트 가까이 높다. 경기(15.23%)·인천(14.41%)의 상승률이 서울(11.12%)보다 가팔랐다. 세 지역 모두 임대차법 개정 전보다 상승률이 2~4%포인트 확대됐다.

전세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계약이 체결되고 확정일자 신고까지 마무리된 거래만 집계한 통계로 올해 6월 통계가 가장 최신 통계다. 신규 계약, 갱신 계약 모두 포함된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갱신율은 77.7%로 임대차법 개정 전 1년 평균(57.2%)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정부는 이 통계를 근거로 임대차법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전세 거래의 77.7%가 임대료 인상 폭이 5% 이내로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평균적인 전세 실거래가가 임대차법 개정 전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신규 거래 전세 가격은 50% 이상 폭등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개정으로 거래 가능한 전세 매물이 급감한 점을 전셋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임대차법 개정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인 작년 6월 말 4만2000건을 웃돌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금은 2만2000건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전셋값이 오른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임대차법 개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갱신 계약으로 2년의 추가 거주 기간을 보장받은 세입자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는 내년 8월부터 전세 시장에 2차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법 폐지하고 1주택자 의무 거주 없애야

1주택자 실거주 의무화 등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전세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는 1주택자가 주택을 10년간 보유하기만 해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양도 차익의 80%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년간 실제 거주까지 해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굳이 서울에 살 필요 없는 사람들까지 입주하면서 전세 매물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며 전세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에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근본 원인인 임대차법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갱신 계약 임차인의 76%가 인상률 5% 이하로 계약하는 등 갱신요구권 도입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보완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임대 확대, 신규 계약 임대료 규제 등이 거론되지만 임대차법으로 인해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주택 시장은 전세와 매매가 맞물려 움직이는데 지금까지 정부는 매매 가격을 잡는 데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전세 시장에는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임대차법부터 하루빨리 폐지하고 1주택자 의무 거주 같은 규제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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