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만 도는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
[경향신문]
징벌적 손배,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등 여야 이견 계속
8인 협의체 26일 활동 종료…27일 본회의서 충돌 예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8인 협의체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26일 협의체 활동 시한이 끝나지만 쟁점에 대한 여야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극적 타협이 없을 경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27일 충돌이 예상된다.
8인 협의체는 지난 8일 첫 회의 이후 추석연휴 직전까지 총 8차례 회의했지만 성과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8차 회의에서 일부 쟁점 조항에 대해 한발 물러섰지만 국민의힘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당초 민주당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입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리도록 하는 방안(1안)을 추진했다. 야당과 언론단체의 비판이 이어지자 ‘5000만원 또는 손해액의 3배 이내의 배상액 중 높은 금액’으로 배상액을 축소하는 안(2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8차 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위헌 의견이 커서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2안에서 왜 5000만원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손해배상 산정을 현실화하는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허위·조작 보도를 판단하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이견이 크다. 이 조항은 고의나 중과실을 추정하는 개념이 불명확해 언론 보도를 위축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삭제를 권고했다. 민주당은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기존 법원 판례에 따라 손해배상액 책임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진실하지 않은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면하는 구조로 대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선 취재 경위와 취재원까지 밝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더 강해졌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열람차단청구권 조항을 놓고도 대치 중이다. 민주당은 ‘내용이 신체, 신념, 성적 영역 등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할 경우’에만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오·남용 가능성을 고려해 ‘제목 또는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않을 경우’ ‘인격권을 계속적으로 침해할 경우’는 열람차단 청구 요건에서 제외했다. 이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열람차단청구권을 심판하는 건 맞지 않다”며 “기사 유통 단계에서 사전 검열로 기사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다만 여야는 정정보도 제도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8차 회의에서 정정보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주혜 의원은 정정보도 청구가 있을 경우 해당 사실을 표시하는 정정보도 청구 표시제에 대해 “의견차가 좁혀진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27일 본회의까지 남은 회의는 3차례뿐이다. 민주당은 8인 협의체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해도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TV토론에서 “협의체에서 의견 수렴이 안 되더라도 (야당 등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안을 상정할 것”이라며 “전원위원회를 할 생각이다. 전원위원회는 의사진행을 위한 토론이기 때문에 수정안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한다는 방침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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