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 '4·15 부정선거' 덫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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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서 '4·15 부정선거'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대선주자들은 비과학적인 주장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공식적으로 부정선거 가능성에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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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페북글 7시간 만에 삭제..윤 "의문 있다, 관심 가질 것"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서 ‘4·15 부정선거’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대선주자들은 비과학적인 주장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공식적으로 부정선거 가능성에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경선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태극기 당원’이라도 끌어안겠다는 계산이지만, 부정선거의 덫에 빠져 소탐대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2일 페이스북에 “4‧15 선거 관련 일부 선거구의 선거소송 검증과정에서 비정상적 투표용지가 상당 수 발견되었고 무효처리됐다”고 적으며 부정선거 의혹에 힘을 실었다. 그는 판사 시절 지역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내세우며 “저의 경험상 무효표는 대부분 기표자의 행위에 의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검증과정에서 무효 처리된 투표용지들은 기표자에 의한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고 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이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낸 선거 무효 소송에서 ‘조작된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최 전 원장은 거듭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에 이어 최 전 원장까지 부정선거 주장에 동참한 건, 다음달 8일 4명의 후보를 가리는 2차 컷오프를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태극기 부대의 표만은 확실한 고정층으로 잡겠다는 4위 전략”(국민의힘 관계자)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 전 원장은 7시간 만에 관련 글을 삭제했다. 최재형 캠프 관계자는 “이런 (부정선거) 논란이 있으니 정부나 선관위가 앞으로 좀 더 선거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는데 본의 아니게 부정선거를 인정한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오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서 글을 지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준표 의원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윤 전 총장도 지난 16일 열린 첫 경선 티브이 토론에서, ‘부정선거 주장에 어떤 입장이냐’는 황 전 대표의 질문에 “잘 검토해보겠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부정선거 주장이 제기된 뒤) 의문은 가졌다. 정상적이지 않은 투표지라든지, 선거관리위원의 이름도 성이 이상하다든지 말씀하셨는데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 관심 갖지 못했다”며 ‘성의 표시’를 보인 것이다. “자꾸 믿음의 영역으로 (부정선거 문제를) 제기하고 몰고 가면 결국은 정권교체에 바람직하지 않다”(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 문제는 황(교안) 대표가 결정하고 대응하는 게 맞을 것 같다”(홍 의원)며 의혹을 일축한 다른 대선주자들의 태도와 확연히 달랐다.
부정선거 의혹에 유력 대선주자들이 연이어 호응하면서 ‘극우 태극기 세력’과 거리두기로 중도 확장을 목표로 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앞서 이 대표도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정선거 심판 등 비과학적 언어로 선거를 바라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정권교체는 요원해진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 모두 경선 득표전략으로 부정선거 주장에 호응하고 있지만 ‘이준석 체제’ 이후 들어온 신입당원 15만명에게 부정선거 캠페인이 먹힐 가능성도 낮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의 당선도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 아니었나. (부정선거 주장이) 보수 우파를 겨냥한 전술적 접근으로 보이지만, 당심을 읽는다면 좋은 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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