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시베리아 밀림 속 세 청년의 우정

박영서 2021. 9. 2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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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는 우랄산맥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이르는 땅이다.

16세기 이른바 '모피 로드'(Fur road)가 열리면서 시베리아는 새 운명을 맞게 된다.

사람들은 값비싼 담비 모피를 쫓아 우랄산맥을 넘어 험난한 시베리아로 동진했다.

책은 세 명의 청년들을 등장시켜 한반도와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이 시대의 문제들을 박진감 넘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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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이방인들 장마리 지음 / 문학사상 펴냄

시베리아는 우랄산맥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이르는 땅이다. 면적은 1300만㎢로 아시아 대륙의 3분의 1, 러시아 영토의 77%를 차지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40여개 민족들이 이 곳에서 살아왔다. 야쿠트인, 시베리아 타타르인, 네네츠인, 느가나산인, 돌간인, 셀쿠프인, 예네츠인 등이다. 16세기 이른바 '모피 로드'(Fur road)가 열리면서 시베리아는 새 운명을 맞게 된다. 모피는 시베리아 개발의 동력이었다. 사람들은 값비싼 담비 모피를 쫓아 우랄산맥을 넘어 험난한 시베리아로 동진했다. 당시 모피의 값은 황금보다 비쌌다. 또한 시베리아는 유형의 땅이기도 했다. 수많은 유형수들이 시베리아로 끌려갔다. 그들은 시베리아의 거친 눈보라와 광산 중노동을 견뎌야 했다.

지금도 생존을 위해 시베리아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은 그렇게 삶의 현실을 부둥켜안고 고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한국인 준호는 가업을 살릴 시베리아산 소나무를 얻기 위해 시베리아로 떠난다. 한국의 소나무와 종자가 같아 대목장(大木匠)도 구별하기 어렵다는 시베리아의 소나무를 찾아 다닌다. 러시아인 빅토르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북한사람 지석은 공화국의 외화벌이를 위해 척박한 땅 시베리아에 머물게 된다.

책은 세 명의 청년들을 등장시켜 한반도와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는 이 시대의 문제들을 박진감 넘치게 풀어냈다. 세 사람 모두 국적도 다르고 시베리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도 다르지만, 비참한 현실 앞에서 '생존'과 '삶'의 가치를 질문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셋은 운명 같은 실패에 놓이게 되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우정을 피워낸다. 인종과 국적, 이념보다 더 소중한 것은 휴머니즘이란 점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묻고 생각하도록 하는 근래 보기 힘든 문제작"이라며 "스케일 작은 '문단적 소설들'에 지쳐 있는 독자로 하여금 눈 크게 뜨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시원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책은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장마리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집 '선셋 블루스'와 테마 소설집 '두 번 결혼할 법', '마지막 식사', 장편소설 '블라인드' 등을 펴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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