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소상공인 위한 '디지털백신'이 필요하다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일상의 파괴는 깊고 넓다. 인류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전염병은 문명을 바꾸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대면의 일상화는 디지털 경제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보람이' '펭수' '신사임당' 등은 레거시 미디어의 도움 없이 유명해진 디지털 셀럽, 인플루언서들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교수는 팬슈머(fansumer)라는 신조어로 인플루언서 현상을 해석한다.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단순 소비를 넘어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를 키워 내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디지털 경제는 소비자 참여가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경제다. 이들은 전통적 생산, 유통, 소비의 개념을 바꾸어 놓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소상공인은 아프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하루하루 견뎌내는 것 못지않게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 다시 한번 절망케 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재정과 인력 투입을 통해서 변화에 적응해 가고 있지만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소상공인의 현실이다.
이런 '디지털 격차'가 소상공인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전체 중소기업 99% 중 소상공인의 비중은 94%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풀뿌리 경제의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의 디지털전환 현실은 어떨까. 최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디지털화는 15.4%로 매우 낮은 수준이고 디지털 기술 수용성이 낮아 본격적인 전환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손실보상과 국민지원금이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라면, 속도감 있게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을 해내는 것이야말로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 소상공인들에게는 코로나 백신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하이퍼로컬, 풀필먼트. 라이브커머스, 메타버스, 구독경제 등 새로운 디지털 경제 플랫폼 내 소상공인의 점유율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소상공인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 그저 시장에 맡겨두게 된다면, 자원과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대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경험하며 축적할 수 있는 데이터 및 고객관계관리(CRM), 물류 등에서 소상공인은 디지털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예컨대, 구독경제 측면에서만 본다면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구호 키트에 포함되는 식품, 생활용품, 방역도구 등은 소상공인의 소비재 영역과 중첩됐지만 결국 대기업의 상품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쉽다.
군 급식 부실 문제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른 밀키트 식품, 독거노인·저소득층·미혼모 등 취약계층 정기배송 지원과 같이 우리 주변의 공적 수요처는 꽤나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수요가 있을 때 지역 소상공인의 상품으로 정기배송을 실현할 수 있다면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교수는 "정부 및 공공부문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스타트업의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해 디지털 전환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품질과 서비스에 대해 보증을 해준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구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부 차원에서 초기 판로를 확보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상공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을 실행 중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경제 안에서 소상공인의 영향력과 점유율이 더욱 커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가야 할 길이 멀다. 지원 사업의 소상공인 중심성을 강화해 소상공인 없는 소상공 사업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주인공이 되고 문제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상공인이 직접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 소상공인이 직접 전하는 디지털 전환 이야기 등을 통해서 소상공인과 눈높이를 맞춰 가야 한다. 대상별·업종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사업자 기준 300만 소상공인 사업자들에게 300만개의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찾아가는 현장형 지원사업이 돼야 한다. 지원받을 때만 반짝 좋은 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힘이 돼야 한다. 현장에서 핸드폰만으로도 만만하게 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사업이어야 한다. '사과 속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처럼 오늘 세상에 뿌려진 씨앗이 소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결실을 맺기 위해선 더 가꾸고 보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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