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개헌, 언제까지 미루기만 할 것인가

2021. 9. 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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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대통령후보 당내경선이 진행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대통령선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날카로운 네거티브 공방이 계속될 뿐,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는 어떤 후보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은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고, 정작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안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대안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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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야의 대통령후보 당내경선이 진행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대통령선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날카로운 네거티브 공방이 계속될 뿐,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는 어떤 후보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민주화 이후 30여년의 변화를 수용하는 새로운 국가시스템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정보화 사회의 진행과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 구조의 변화,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경쟁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도 중대한 문제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은 서로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고, 정작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안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대안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모든 국민들이 무조건 추종할 것이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여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불과 4년 반 전까지만 해도 제왕적 대통령과 관련하여 제도가 문제인지, 아니면 사람이 문제인지에 대해 견해 대립이 날카로웠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국민들이 사람보다 제도가 더 문제라고 믿게 되었다. 제도를 바꾸지 않아도 사람이 바뀌면 달라진다고 장담하던 문재인 대통령도 결국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벗어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던- 청와대 정부와 맞물려 있고,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은 개발독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1960~70년대 개발독재는 민주주의 및 인권의 억압이라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경제발전에 큰 성과가 있었고, 수많은 제3세계의 개발도상국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그러나 60년 전의 국정운영방식을 21세기 대한민국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 영국과 패전국 독일의 엇갈린 국가발전은 자본과 기술, 노동력과 정보력 등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눈부시게 발전했던 영국은 낡은 국가시스템을 고집하여 더 많은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기에 기울었고, 독일은 20세기 후반의 시대상황에 맞춰 적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국가시스템을 만들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개발독재가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을지언정 21세기 대한민국의 발전에 맞지 않는 낡은 시스템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당시에는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청와대에 인재를 집중시키고 이들을 앞장세워 국정을 운용하는 것도, 한정된 자본을 집중하여 재벌 중심의 경제를 육성했던 것도 나름의 효율성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인적·물적 자원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개발독재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영국처럼 쇠망의 길로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직도 합리적 비판을 발목잡기로 폄훼하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는 개발독재의 잔재, 제왕적 대통령제의 요소들을 지워야 한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일사불란한 국정운영이 국가의 효율성을 담보한다는 낡은 생각을 지워야 한다. 갈등과 대립,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적 합의과정의 장점은 신속하지만 정당성이 취약하고 오류투성이의 독선적 결정과 달리 국민적 합의 속에 국가발전을 위한 안정적 기초를 신중하게 모색하는 데 있다. 이러한 과정이 일견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갈등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결코 비효율적이지 않다. 이미 동서 냉전이 공산권 블록의 붕괴로 끝나게 되었다는 점 자체가 독선적 결정의 비효율성을 역사적으로 확인한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국가시스템을 위해 이제 개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낡은 국가시스템을 유지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은 더욱 심각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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