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부정선거론' 불 지피는 국민의힘 후보들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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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후보들이 이미 대법원 등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 '4·15 총선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대선 출마 발표 때부터 '4·15 총선 무효'를 주장한 황 후보는 "지난해 총선은 관계기관들 여럿이 뭉쳐서 행했던 불법 선거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후보를 내고 좋은 정책을 낸다고 하더라도 부정선거·선거공작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는 하나마나"라며 윤 후보의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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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후보들이 이미 대법원 등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 ‘4·15 총선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새로운 근거도 없이 이전 주장을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부정선거 주장을 줄기차게 해온 ‘태극기 부대’ 등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겠다는 계산으로 보이는데,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최재형 후보는 22일 오전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선거관리 업무를 주관했던 경험상 무효표는 대부분 기표자의 행위에 의해 발생하는데, 지난해 총선 당시 일부 선거구의 선거 소송 검증 과정에서 무효 처리된 투표용지들은 기표자에 의한 게 아닌 것이 명백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납득할 만한 해명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4·15 총선 직후 주장해 물의를 빚은 부정선거론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민 의원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그는 미국에까지 건너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부정선거 규탄 집회에 참가해 나라 망신을 시켰다. 개표장에서 투표용지를 몰래 가져나와 민 의원에게 전달한 개표 참관인은 지난 6월 2심에서 ‘야간 절도죄’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같은 달 대법원은 그가 출마했던 인천 연수구 개표에 대해 재검표를 실시한 결과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최재형 후보는 스스로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2시간 만에 올린 다른 글에서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고, 7시간 뒤엔 첫번째 글을 아예 삭제했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다. 최 후보는 2012~2014년 대전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선거의 공정성과 관련한 발언에서 누구보다 신중해야 마땅하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후보자 1차 티브이 토론’에선 황교안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부정선거론에 군불을 땠다. 대선 출마 발표 때부터 ‘4·15 총선 무효’를 주장한 황 후보는 “지난해 총선은 관계기관들 여럿이 뭉쳐서 행했던 불법 선거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후보를 내고 좋은 정책을 낸다고 하더라도 부정선거·선거공작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는 하나마나”라며 윤 후보의 의견을 물었다. 윤 후보는 “저도 검찰총장 시절에 4·15 총선 결과를 지켜보고, 황 후보께서 출마하셨던 종로구의 동별로 비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거라든지, 또는 관외 사전투표 비율이 아주 일정하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좀 통계적으로 볼 때도 의문은 가졌다” 며 “ 제가 근자에 정치에 입문해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는데 잘 검토해보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부정선거 의혹이 개표 방송을 보다가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나서 꺼낼 정도로 가벼운 문제라는 말인가.
이들 후보가 부정선거론을 들고나온 것은 당내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극우 세력의 도움이라도 받아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재형 후보와 황교안 후보는 다음달 8일 당내 경선 2차 컷오프 통과가 위태롭고, 윤석열 후보는 홍준표 후보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부정선거론을 내세워 경선에서 이기겠다고 생각한다면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근거 없이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하지 말고 합리적인 비전과 정책으로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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