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무관심, 美·中은 갈등..文대통령 재차 종전선언 꺼낸 배경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범수 입력 2021. 9. 22. 16:56 수정 2021. 9. 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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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교착 타개 '최후 카드'
7개월 남은 임기 대북정책 결산 성격
참여 당사자 언급 등 이전보다 구체적
한반도 평화 각인.. 차기정부 계승 의도
美·中관계 고려 때 4자 종전선언 의문
北 탄도미사일 발사 등 잇따라 도발
협상테이블 나올 가능성 극히 작아
유엔총회서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다시 꺼낸 배경엔 교착 국면의 남북관계를 타개하겠다는 절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동력을 되살리면서 남·북·미·중 사이의 교착국면을 극적으로 뒤집어야 한다는 입장이 담겼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반되는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문제는 지적하지 않아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야기했다.

◆임기 마지막 다시 꺼내든 ‘4자 종전선언”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2018년 이후 해마다 나온 제안이지만 이번엔 보다 구체성을 띠었다. 지난해 종전선언은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며 다소 원론적인 언급이었다면, 올해는 “남북과 미국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겼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선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2018∼2019년의 상황이 겹쳐진다. 당시가 양자 내지 3자가 주축되는 회담이었다면, 이번엔 4자회담을 동력으로 삼자는 제안이다. 여기엔 한반도 관계 개선 돌파구를 마련함과 동시에 7개월 남짓 남은 임기 내 종전선언 의지를 재확인하는 ‘대북정책 결산’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임기 마지막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평화문제를 재각인시키고, 다음 정부에서도 이를 계승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상황은 그 이전과는 다른 게 현실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 강화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를 고려했을 때 이번 제안 자체는 의미 있다는 시각이 없지는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4자 종전선언이 실효적인 이유는 정전협정의 서명국 중 하나인 중국이 참여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에 보다 수월하게 나올 수 있다”며 “4자로의 이행이 보다 복잡한 국면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적인 고려에 따른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北 미사일 언급 없어…“‘공허한’ 메시지” 비판도

정부의 입장과 달리, 이번 종전선언 제안은 공허하다는 지적도 많다. 4자 종전선언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인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다가,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철도미사일 기동연대를 조직한 뒤 검열사격훈련을 통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지난 1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뉴시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주장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가장 먼저 북한이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며 “북한은 현재 상응조치 차원에서 제시되는 종전선언은 수용 불가 입장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비핵화 입구가 아닌 과정 중에 시행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다가 미·중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위해 4자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안은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의지만 확인했을 뿐 북한의 태도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제안에다가 구애일 뿐이라는 날선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임기 막판 절박한 제안에도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남북관계와 북한의 태도를 고려했을 때는 특히 그렇다. 앞서 북한은 우리 군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날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맞불 대응’을 했고, 당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지목하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대방 헐뜯기에 가세하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완전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긴장감을 키웠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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