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세상은 잔혹하다 [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1. 9. 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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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17일 첫 시즌이 공개된 이 작품은 ‘킹덤’ ‘스위트 홈’ 을 넘어서는 화제성으로 한국산 넷플릭스 시리즈의 새 장을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의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시청 인증이 이어지고, 영국의 유명 축구선수 제시 린가드도 시청을 인증하는 등 뜨거운 열기의 중심에 있다.

뜨거운 열기의 중심에 있는 이 작품은 차갑다. 차갑다 못해 비정하고, 잔혹하기까지 하다.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의 색깔이 짙게 배어있지만 이 작품이 글로벌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이유는 이야기의 전체가 한 가지 색으로 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보는 누구든 ‘잔혹함’과 ‘비정함’을 말한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총 참가자의 수인 456명에게 목숨 값 1억씩을 붙여놓고 6일 동안 6가지의 게임을 해 최후에 남은 1인에게 그 상금 모두를 몰아준다. 이는 생존이든 탈출이든 다양한 목표가 있었던 지금까지의 서바이벌 형식의 드라마와 같다. ‘오징어 게임’은 생존, 탈출에 상금까지 그 안에서의 인생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게임은 여러 의미로 운에 따라 작용한다. 첫 회에 나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술래인 대형로봇이 돌아보는 순간 실수라도 움직이면 가차없는 총알세례를 받는다. 별 생각 없이 서바이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첫 번째 탈락자(또는 사망자)가 총에 맞는 순간 잔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별 생각 없이 드라마를 택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도 정신이 번쩍 들 만큼의 충격을 안긴다.

복잡한 두뇌게임은 오히려 이러한 단선적인 세계관에는 방해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결과가 있다는 생각에 참가자들의 정신상태는 갈수록 단순화되고 목표는 하나로 통일된다. 분명한 목표가 있고 돌아갈 길이 없기에 게임에 참여한 모두 역시 비정해진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다.

이야기는 첫 번째 희생자들이 나온 후 규칙을 통한 투표로 사람들이 풀려나면서 더욱 잔혹해진다. 어찌해도 답이 없는 현실의 세계가 차라리 죽을 위험이 있더라도 보상이 분명한 세계보다 잔혹하다는 사실이다. 제 발로 나갔던 참가자들은 제 발로 돌아오고, 어찌할 수 없는 잔혹함의 세계로 빠져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이야기는 회를 더할수록 그들의 세계, 어쩌면 우리의 세계가 잔혹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를 쓰기 위해 생존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유희의 수단이 되고 그 상위층에는 이를 관리하고 심지어 즐기는 사람도 있다. 모든 출연자들은 하나의 목표 아래, 또는 금전과 권력의 층위 아래 일제히 도열한다. 완벽한 비극이다.

따라서 첫 시즌에는 시청자가 예술적 감흥을 느낄만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순간이 그저 스포츠의 승부처처럼 한 순간에 목숨이 오가는 위기일 뿐이다. ‘오징어 게임’은 이렇게 소름끼치게 단순한 세계관을 구축해놓고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분명 지금까지 한국의 극과는 다르다. 마음과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는 비정한 핏빛 세계. ‘오징어 게임’은 이러한 판을 깔아놓고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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