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년 전 관객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유시연의 테마콘서트XⅥ '슈만의 거실에서' [공연]

양형모 기자 2021. 9. 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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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연 교수의 시그니처 시리즈 '테마콘서트', 16번 째 무대 열려
"증강현실처럼 생생한 감동"..170여 년 전 슈만의 거실로 여행
벽산 1% 나눔 매칭운동 기금 후원.."예술의 역사 함께 쓸 것"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 교수(숙명여대 음대)의 음악적 시간과 궤를 같이 해 온 ‘테마콘서트’가 어느덧 16번째를 맞이했다.

유 교수의 ‘테마콘서트’는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그가 이룬 학문적 성과의 총체이자 중간보고서와도 같은 결과물로 매번 한국 클래식 음악사에 깊은 존재감을 새겨왔다.

이번 열여섯 번째 테마콘서트의 주인공은 낭만주의 시대의 거장 로베르트 슈만(독일·1810~1856), 무대는 170여 년 전 슈만의 거실이다. 유 교수는 “마치 증강현실을 보듯 청중은 상상을 통해 1850년대 슈만의 하우스 콘서트에 초대되어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가 나누었던 사랑과 우정에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연 교수의 테마콘서트XⅥ ‘슈만의 거실에서’는 10월 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 늘 그렇지만 유시연 교수님의 테마콘서트는 ‘이번엔 누구일까’, ‘어떤 기획으로 무대가 만들어질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제가 연주자로서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누리는 축복이 있습니다. 작품을 깊게 공부하면서 위대한 작곡가의 생각과 감정을 밀접하게 만나게 되는 것이죠. 그 깊은 감동을 제 가슴 속에 모두 담아두기에는 벅차기에 음악회를 찾아주시는 관객 분들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 이번 테마콘서트에 대해 ‘VR 안경 없이 보는 증강현실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던데요.

“(웃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무대영상과 이미저리(Imagery·예술작품에서의 형상화) 기법의 내레이션으로 관객을 그들의 시대, 그들의 생각과 만나게 하는 기획은 어쩌면 제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확실히 지금까지 열다섯 번의 테마콘서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획인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획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셨는지요.

“얼마 전 제주도 ‘빛의 벙커’에서 개최된 반 고흐 전시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명작이 살아서 진행이 되고, 제가 그 그림의 일부가 되는 것. 시각과 청각, 공감각이 함께 느끼는 감동을 제 음악회에서도 전하고 싶었어요. 단순히 시공간을 뛰어넘어 슈만의 거실로 가는 것만이 아니라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가 느꼈던 사랑, 동지애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 그렇다면 관객들도 평소의 음악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번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걸까요.

“상상력이 좀 필요하실 거예요(웃음). 음악회의 청중 또는 참여자로서 마치 책을 읽을 때 장면을 상상하고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듯 적극적인 상상을 하시며 관람하신다면 낭만시대를 살았던 청중이 느꼈던 감동을 함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 연주자에게 악기는 음악의 동반자이자 전우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테마콘서트에서는 어떤 악기로 연주하게 되시나요.

“이번 연주에서는 벽산 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피에트로 지오반니 과르네리가 제작한 바이올린(1719년 산)을 대여받아 연주하게 됩니다. 310년 전에 제작된 악기와 170여 년 전에 작곡된 작품이 21세기의 청중과 어떻게 소통을 하게 될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이번 테마콘서트가 무대에 올려지기까지에는 ‘벽산 1% 나눔 매칭운동’의 기금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기금은 벽산엔지니어링, 벽산파워, 벽산엔터프라이즈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급여의 1%를 기부해 마련하는 기금이다.

유 교수는 “하이든, 베토벤 등 고전파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은 교회와 귀족의 후원에 의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후 계몽주의가 시작되면서 예술은 대중의 선호도를 따라 흥행위주로 치우치게 되지요. 현재까지도 순수창작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후원은 미비한 실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창작을 지지하는 분들, 기업의 기부는 고귀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기품있는 선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 분들의 후원이 예술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갑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유시연 교수의 ‘테마콘서트’는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2년 피아졸라의 탱고모음으로 시작됐다. 유 교수는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재미있고, 왜 좋은지(Why Classic?)를 대중에 소개하고자 테마콘서트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주자이기에 더 세밀히 체감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감동을 청중과 공감하고, 작곡가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통로가 되는 것이 테마콘서트 시리즈의 핵심이자 목적이다.

지금까지 열다섯 번의 테마콘서트를 진행해 오면서 거둔 음악적 결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서양음악의 3대 뿌리인 종교음악과 궁정음악, 민속음악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서양음악의 역사를 대중에게 알린 것이 대표적이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음악회를 위해 위촉한 이신우의 ‘Laudate Dominum’은 현재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다.

테마콘서트에서도 드러나듯 유시연 교수의 창의력과 기획력(Original Creativity)이 맺은 결실은 언제나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해 왔다.

유 교수는 지금까지 테마를 주제로 한 독주회 시리즈, 제목이 있는 음악회, 피아졸라의 탱고곡으로만 이루어진 독주회, 국악의 농현과 시김새를 재현한 바이올린 연주,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 모음곡 편곡 등 다양한 ‘최초의 시도’를 선보여 왔고 이들은 고스란히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모델이 됐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유시연 교수는 솔로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트리오 드 서울(Trio de Seoul)’, ‘그리움 앙상블’의 멤버로 활발한 실내악 연주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음악협회 이사로서 국내 음악인들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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