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부처에도 불어온 'B급 감성' 유튜브 정책홍보

오은선 2021. 9. 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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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태의 톡톡톡' 채널 방송 장면/사진=공정위TV 유튜브 채널

[파이낸셜뉴스] "근태 톡톡톡! 근태카나~ 근태 톡톡톡! 근태카나~ 임근태의 톡톡톡!"

모모랜드 주이의 '트로피카나' 댄스 영상에 50대 중년 남성의 얼굴이 어설프게 합성돼 있다.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음악 역시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목소리다. 이어 나오는 영상과 다른 영상에도 그림판으로 만든 듯한 엉성한 배경과 얼굴 합성은 기본이다. 가발과 선글라스를 쓰고 망가지기도 하고, 방송 중 뒤로 지나가는 트럭 소리도 편집없이 그대로 송출된다. 시청자 수는 30명 내외지만 벌써 '꾹꾹이'라는 시청자 애칭까지 만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들의 일부다.

어설퍼 보이는 영상에도 '정책홍보' 눌러 담아

22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중앙 부처가 운영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도 'B급감성' 열풍이 불고 있다. 유쾌하고 꾸미지 않은 '요즘 감성'으로 기성세대뿐 아니라 MZ세대의 관심까지 끌어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겠다는 취지다.

공정위 유튜브 채널인 '공정위TV'에는 '★임근태의 톡톡톡★'이라는 코너가 가장 상단에 자리잡고 있다. 영상의 대문 격인 썸네일만 보면 어설픈 B급감성 흉내 영상에 지나지 않아 보이지만 내용은 공정거래법, 공정위 정책 내용으로 알차다.

건강한 라면 요리법을 소개하는 '짜장비빔라면 특별 레시피 공개' 영상은 지난 8월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짜장라면·비빔라면 나트륨 함량 보도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추석특집 방송으로 어머님들을 모시고 진행한 영상에서는 어르신들의 전자거래 피해 예방 내용을 담았다.

환경부 소속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유튜브에도 이런 감성의 영상이 인기다. 유제철 원장이 47초짜리 짧은 영상에 직접 출연해 탄소중립 춤을 추고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노래를 부른다. 중간 중간 '텀블러 사용', '저탄소 제품'이라는 단어가 나오지만 특별히 탄소중립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내용은 없다. 해당 영상은 2만3000회의 조회수를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이 직접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탄소중립' 춤을 추고 있다./사진=KEITI한국환경산업기술원 유튜브 채널
MZ세대 잡고 정형화된 내용 탈피…기업에서도 인기

처음 B급감성을 내세운 공공기관 유튜브는 '충주시'가 원조다. 엄숙하고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시장실 탐방, 지방직 공무원의 현실 등 재밌는 영상들을 다뤘다.

공정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처음엔 부러워만 했다"고 했다. 중앙부처에 비해 지자체는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현재 '임근태의 톡톡톡' 코너의 임근태 정책홍보담당관실 사무관 PD인 양벙글 조사관과 직접 손을 잡고 나섰다. 수십년 공정위 경력의 임 사무관은 사건처리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기업들이 공정거래법을 잘 몰라서 위반하는 경우를 예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사용자층을 잡기 위해 재밌고 유쾌한 방송을 표방했다. 처음엔 시청자들이 전부 공정위 직원인줄로만 알았지만, 일반인 시청자들도 점차 유입됐다. 실제로 공정위와 한국환경기술원 유튜브 영상 댓글엔 '공정위 분위기 너무 좋다', '중독성 강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중앙부처의 B급감성 유튜브 영상이 순항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하고 직접 망가진 '윗선'이 있었다. 실제로 공정위는 임근태의 톡톡톡 코너가 인기를 끌자 초등학생에게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시 감면해주는 제도)'를 설명하는 내용의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용과 코너들이 풍부해지자 기업에서 교육 영상으로 쓰겠다며 영상을 요청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앙부처에서 인기가 있었던 정형화된 정책 설명 영상이나 '사무관 브이로그' 같은 영상들이 업무 소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B급감성 영상 제작의 배경이 됐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기업 현장에 조사를 나갔는데 '브이로그 나왔던 그 사무관'이라며 기업 관계자가 아는 척을 하거나 뒤에서 수근대는 경우가 있다고 들어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했다"며 "대변인실에서 하는 다양한 시도들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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