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출범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북핵 문제 그리고 핵잠수함 보유 논란 재연

유신모 기자 입력 2021. 9. 22. 16:01 수정 2021. 9. 23. 16: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5일 영국·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3국간 협력을 공식화한 역사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오커스 출범은 한국과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원자력 추진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한과 이란 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계기로 핵잠수함 도입에 대한 국내적 논란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견제에 올인하는 미국

지난 15일 바이든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화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세나라의 머리글자를 딴 오커스 출범을 공식화할 때 ‘중국’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커스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동맹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오커스는 중국의 경제·군사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가장 중요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가 참여하는 정보 공유 동맹체인 ‘5(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일본·인도 등을 포함시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정보 동맹 확대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해양 안보 동맹체인 오커스를 출범시켜 중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오커스의 핵심요소인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기술 이전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미국이 핵보유국이 아닌 나라에게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호주는 핵비보유국 중 최초로 핵잠수함을 갖게된다. 중국은 곧바로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군비 경쟁을 심화시키며 국제적인 핵비확산 노력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 이전이 가져올 국제적 파장과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모를 리 없다”면서 “미국이 그럼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현재 미국의 국가적 과제인 대중국 견제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오커스 출범은 미국의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중국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이 당장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한 현재의 북핵 관망 태세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이 중국 견제에 적극 동조할 수 있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최우선시하는 ‘동맹국 서열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시해볼 대목이다.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것은 미국이 스스로 ‘지극히 예외적’이라고 시인한 것처럼 비확산정책 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에 이중잣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9월 이사회 회의에서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이 공공연하게 핵비보유국인 호주의 핵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핵확산 행위”라며 “한반도와 이란 핵 문제 등 국제적 현안 해결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의 이번 결정을 핵보유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일 외무성 대외보도국장의 조선중앙통신 문답을 통해 “국제적인 핵전파방지제도를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다름 아닌 미국”이라고 비판하고 “조성된 정세는 변천하는 국제안보 환경에 대처하자면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잠시도 늦추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 소속 핵추진 잠수함인 7400t급 ‘아트풀함’이 지난달 12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해 있다. 부산 | 연합뉴스


■한국 핵잠수함 보유 가능성 있나

미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기술을 지원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국내 일각에서는 핵잠수함 보유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호주에 예외를 허용한 것이 선례가 되면 한국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핵잠수함 보유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실제로 미국을 상대로 기술 이전이나 판매, 핵잠수함용 연료 공급 등을 타진하기도 했으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호주가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게된 것이 미국의 정책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20일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핵잠수함 기술지원을 다른 나라로 확대할 의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호주의 경우는 모범적 비확산 국가임이 증명됐기 때문에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호주가 중국과 대결적 자세를 취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미간 안보문제에 밝은 한 전문가는 “한국이 미·중 대결국면에서 완전히 미국과 밀착하고 중국과 적대관계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미국이 한국에게 핵잠수함 보유를 허용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그런 상황은 한국에게 바람직하지 않을뿐 아니라 핵잠수함은 한국에게 필요한 전략무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