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이 왜 거기서 나와?..유엔서 한반도기 막은 노태우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9월17일)을 언급하며 "유엔 동시 가입으로 남북한은 체제와 이념이 다른 두 개의 나라라는 점을 서로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체제·이념이 다른 나라'로 남북이 각각 유엔에 가입하기 전까지 남측은 북측으로부터 가지각색의 특이한 제안을 받던 상황이었다. 일례로 남측은 북측으로부터 '한반도기'를 연상시키는 '단일 깃발'을 쓰는 '단일의석'으로 유엔에 가입하자는 요구를 받았다.
당시 외교부가 이런 북측의 '단일의석' 제안에 골머리를 앓았던 정황은 각종 외교문서들에서 발견된다. '두 개의 나라'가 되기까지 양측이 치열하게 대치했음을 보여주는 기록들이다.
2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외교문서인 '1990년 유엔문제 관련 실무접촉'을 열람한 결과 북측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유엔에 대표권을 윤번제로 시행하는 '남북 공동 단일의석'으로 가입하자며 단일 깃발 사용을 요구했다.
문건에는 북측의 요구 내용으로 "단일의석 명칭 및 깃발: KOREA/흰색 바탕에 푸른색 우리나라 지도(협의가능)"라고 기재됐다. 이 표현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남북체육회담에서 합의해 제정한 뒤 1990년9월22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제11회아시안게임부터 남북 단일팀이 사용했던 '한반도기'를 떠올리게 한다.
'단일의석·한반도기'는 일찍이 '고려연방공화국'으로 유엔 가입을 주장했던 북측의 오랜 주장도 연상시킨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한국은 1973년 '6.23 선언'으로 유엔에 남·북한이 동시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동시가입이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초래한다고 반대하면서 '고려연방공화국' 국호 아래 남·북한 단일의석안을 주장했다.
장기간 교착 상태에 놓였던 유엔 가입 문제를 두고 남북이 갈등을 벌인 기록은 1990년9월 외교문건에서도 등장한다. 외교부는 판문점에서 열렸던 협의 과정에서 우리측의 반박논리를 기록했다. 상호 합의하에 결의권, 발언권을 행사하자는 북측의 주장에 대해 남측은 "현재와 같이 남북한간 편지한장 오가지 못하고 극히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치 못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이라며 "남북한이 다함께 유엔에 가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이는 통일시까지의 잠정조치"라고 했다.
그런데 북측은 유엔 가입과 관련, "통일될 때 까지 참는 것이 어떻겠는가"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외교문건에는 "북측 스스로가 단일 의석하 유엔가입안이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임을 인정하고 있는 결과로 분석됨"이라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북측은 단일 가입을 위한 여론전에 들어갔다. 1990년9월27일자 외교부의 '북한 안보리문서 대응' 문서에 따르면 북측은 1990년9월 유엔 총회 개막에 맞춰 '남북한 유엔가입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 '단일의석 가입안은 가장 현실적인 방안' 등 내용을 담은 비망록과 남북회담중 한미 군사훈련에 반대하는 주유엔 북한대사 서한을 각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문서로 배포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북한의 단일의석 가입안의 비현실성을 주장하는 서한을 배포하는 한편 한미 훈련 반대 서한에 대해서는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평화의 모멘텀으로 여기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지난 7월부터 영변핵시설 재가동 정황도 포착됐기 때문이다.
북한 고위 위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남북한 UN 동시 가입과 관련, "올해 년 초,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부터'남북 UN 동시 가입 30주년'말씀하셨고 그 기조를 이어받아 통일부 장관이 올해 남북이 함께 할 이벤트 중 하나로 언급하고, 심지어 정 후보자까지 강조하시는데 다소 의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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