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교훈, 중독관리센터 설립 절실

한겨레 입력 2021. 9. 22. 13:36 수정 2021. 9. 2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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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박동욱|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유례없는 화학물질 중독 참사다. 2017년까지 피해를 신고한 1199명을 대상으로 피해를 처음 입은 연도를 조사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는 매해 10~30명씩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다 2006년 한 해 피해 사례가 92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대한소아학회지는 2006년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아 15명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 사례(7명 사망)를 보고했지만, 화학물질 중독을 의심하는 정부 감시는 없었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공식 경고를 놓친 것이다.

2009년부터 피해는 더욱 증가했고(111명), 2010년 206명, 그리고 2011년 278명으로 참사가 되었다. 현재까지 신고한 피해자 7500여명의 연도별 피해 분포를 대입하면 연도별 건강 피해가 참사가 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댐에 구멍이 나고 구멍이 커지고 마침내 둑이 무너지는 것을 알지 못했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수와 사용량이 계속 늘어 무려 43개 제품 1000만개가 팔렸다. 그에 따라 매년 피해 사례가 확산되고 있었지만,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등 10여개 정부 중독 관련 기관에서는 이 참사를 알지 못했다. 기업은 “내 아기를 위하여”라는 허위광고를 해가며 살균제 제품이 안전한 것처럼 경쟁적으로 팔았다.

참사 발견의 단초를 제공한 주체는 정부가 아닌 민간,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었다. 치명적인 급성 호흡곤란을 동반한 중증 폐질환 증상으로 입원한 임산부 그룹에 대한 역학조사를 질병관리본부에 의뢰했고, 전문가 조사를 통해 참사의 원인을 찾은 것이다. 2011년 말에 질병관리본부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함유된 6개 제품의 판매를 중단시키고 시장에서 수거했지만,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다른 살균제가 들어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생산과 사용중단 권고 조치만 해, 2012년 이후에도 폐 손상 등 크고 작은 건강 피해가 발생했다. 제품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교훈은 두 가지다. 먼저 예방과 건강 피해 감시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참사가 벌어진 뒤 예방 조치는 일부 부족하지만 선진국 못지않게 이뤄졌다. 2013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2018년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이 그것이다.

그러나 각종 소비 제품 사용으로 인한 중독 사례를 모아 확산을 차단하는 정부 감시체계는 아직 없다. 교통사고 통계가 없는 것과 같다. 햄버거, 생리대, 방수 스프레이, 라돈 침대 등 크고 작은 물질 중독이 반복되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리나라 화학물질 관리체계 점검에서 중독관리센터 설립을 권고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중독관리센터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모두가 갖추고 있다. 소비 제품 사용에서 겪은 중독 사례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중독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는 동시에 위험 제품은 예방 부처에서 빠르게 제거하는 체계다. 기업의 위험한 제품 생산을 막는 효과도 거둔다. 독일은 1990년 화학물질관리법에서 의사로 하여금 중독 사례를 중독관리센터에 신고하도록 강제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예방만으로 수많은 소비 제품의 중독 위험을 모두 예측하고 통제할 수는 없다. 제품에 들어 있는 잠재적 위험을 과학적으로 모두 검증할 수 없고, 무엇보다 사용 과정에서 의도적, 비의도적 과다 노출이 발생하면 중독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방과 함께 중독 감시체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예방에서 통제하지 못한 위험이 사고나 질병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신속하게 알아채고 확산을 차단하는 대응 방식이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한다. 이에 소비생활에서 생기는 물질 중독을 감시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중독관리센터 설립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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