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노조파괴, 정부가 나서야

한겨레 입력 2021. 9. 22. 13:36 수정 2021. 9.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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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노동탄압 연쇄기고 _1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왜냐면] 권영국 변호사·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 상임공동대표

동네 어느 곳을 가든 ‘파리바게뜨’ 간판이 달린 가게를 만나게 된다. 국민 빵집이라고 부를 만한 파리바게뜨에서 조직적인 노조 파괴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면,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는 파리바게뜨에서 일어난 민주노총 와해 공작 소식을 듣고 지난 8월11일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 등을 위한 시민대책위’ 결성에 기꺼이 참여했다. 그동안 도대체 파리바게뜨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7년 6월27일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파리바게뜨가 제빵 및 카페 기사 5천여명을 불법 파견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연장근로시간 전산 축소 조작으로 임금 꺾기”를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에 착수해 같은 해 9월 위 폭로 사실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하고,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등 5378명의 협력업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전산 조작으로 떼먹은 연장근로수당 등 11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시정 지시했다. 그런데 파리바게뜨는 불법 파견을 부인한 채 시정지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직접고용 대신 불법 파견업체가 참여하는 별도의 합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겠다며 노동자들에게 ‘직접고용 포기서’와 합자회사로의 ‘전적동의서’ 작성을 강요했다.

이에 노동부가 파리바게뜨의 불법 파견 시정 지시 불응에 대해 수백억원대의 과태료 부과를 예고하자, 2018년 1월11일 파리바게뜨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한국노총 소속 노조, 시민대책위 등과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노동부는 사회적 합의를 근거로 불법 파견에 대한 행정적·사법적 조치를 유예했다.

사회적 합의의 주요 내용은 ‘①노동자들이 자회사 고용을 수용하되, 자회사에는 불법 파견업체인 협력업체가 주주나 등기이사로 참여하지 않으며, 파리바게뜨 본사 임원이 자회사의 대표를 맡는다. ②급여는 3년 내에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본사)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한다. ③처우 및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본사와 노동조합, 가맹점주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리바게뜨는 합의 직후 신설 자회사의 8개 지역본부 중 6개 본부장 자리에 문제의 불법 파견업체 사장들을 임명했다. 제빵기사 급여에 대해서는 3년 내에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과의 임금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합의 취지였으나, 3년차 이내의 신규근로자만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임금을 기본급과 기타임금으로 나눠 비교하고 있는데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의 기타임금이 오히려 제빵기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임금자료 제시는 물론 기타임금의 내역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총액만을 일방 제시하고 제빵기사의 임금을 본사 직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어 짜 맞추기 의혹이 제기된다. 또한 단 한번도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에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대해 제안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해 11월 파리바게뜨 자회사 관리자들이 제빵기사의 연장근로시간을 축소 조작해 임금 꺾기를 해온 사실이 또 발각됐다. 올해 3월부터 6월 사이에는 대표이사(파리바게뜨 본사 및 자회사 겸임)의 지시로 ‘민주노총 조합원 0%’를 목표로 한 민주노총 탈퇴 및 와해 공작이 전사적으로 전개됐음이 제보로 드러났다. 지역본부장들은 중간관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민주노총 탈퇴와 한국노총 가입 실적을 올린 관리자를 치하하며 실적 1인당 5만원에서 1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빨간색으로 표시한 명단을 가지고 실적을 관리했고, 현장관리업무는 하지 않아도 좋으니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찾아가 실적을 쌓으라고 지시했다. 대표이사는 매일 한국노총 가입 현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 6월 말, 불과 넉달 만에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은 740여명에서 340여명으로 급감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4월1일 일방적으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완료했다고 선언하고, 뒤로는 ‘불법행위 근절과 노사 상생’을 위한 합의 정신을 짓밟았다. 결국 파리바게뜨의 사회적 합의는 불법 파견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책임 면피용이었던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노조 파괴와 사회적 합의 유린 행위를 더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노동부와 수사당국은 파리바게뜨의 노조 파괴 범죄 전모를 밝히기 위해 즉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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