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칡덩굴이 한반도 산림 다 덮는다..덩굴류 피해 확산

윤희일 선임기자 2021. 9. 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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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전 유성구 하기동에서 대덕연구단지로 가는 대로변 야산에 칡 등 덩굴식물이 퍼져 숲을 거의 가리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대전 유성구 하기동에서 대덕연구단지로 가는 대로변 야산이 칡 등 덩굴식물로 뒤덮여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지난 17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하기동에서 대덕연구단지로 들어가는 대로변 야산. 대로 옆 골목길로 조금 들어가자 칡 등 각종 덩굴로 뒤덮인 ‘정글’이 하나 나왔다. 원래 산의 ‘주인’인 소나무와 밤나무 등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덩굴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그 안의 나무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로 서 있었다. 칡덩굴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 나무의 거의 모든 가지까지 가려버렸다. 그 안의 기세를 잃은 나무들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야산 근처에서 종종 산책을 한다는 주민 이모씨(56)는 “저녁 시간 어두워질 때 칡덩굴로 뒤덮인 산을 보면 무서움이 느껴질 정도”라면서 “칡 등 덩굴의 기세가 더 세지고 있는데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연구단지 내 길가 야산은 물론 동구·중구·서구·대덕구 야산 곳곳에서 목격됐다. 칡덩굴이 시내버스 정류장 바로 옆 숲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야산의 나무가 칡 등 각종 덩굴로 뒤덮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야산 입구나 도로변 햇빛이 잘 드는 곳을 중심으로 칡·환삼덩굴 등 덩굴식물이 무세운 기세로 산림을 잠식해 가고 있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야산을 칡 등 덩굴식물이 잠식해가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에 있는 한 야산의 나무를 각종 덩굴식물이 뒤덮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전국 곳곳의 산림이 칡 등 덩굴식물로 뒤덮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칡덩굴의 성장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지면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덩굴식물은 산림을 뒤덮어가면서 그 안에 있는 나무를 고사시키는 등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주로 칡덩굴에 의해 나타나고 있지만, 요즘은 외래식물인 환삼덩굴, 가시박 등도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7월 전국의 덩굴류 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덩굴류로 피해를 입은 산림이 약 4만5000㏊(전체 산림면적 633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올해의 지역별 덩굴식물 피해현황을 보면 전남(2만125㏊), 경남(2788㏊) 등 남부지역에서 피해가 컸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제주(2106㏊) 지역의 덩굴류 피해 규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163㏊), 부산(92㏊), 인천(623㏊), 대전(35㏊) 등 대도시 지역 산림도 덩굴류 피해가 확산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칡 등 덩굴식물에 의한 피해는 나무 생육이 어려운 계곡이나 산림 내 공한지, 햇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도로변 사면 등에서 주로 발생했다. 반면 요즘은 애써 키운 조림지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올해 조림지의 덩굴식물 피해면적은 1만6679㏊에 이른다.

산림청과 지자체 등 산림당국은 매년 덩굴류를 제거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피해면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의 덩굴류 피해면적은 각각 3만4000㏊와 4만1000ha였지만 올해는 4만5000㏊를 넘었다.

덩굴류 제거작업 현장.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올해 2만6000㏊의 칡덩굴을 제거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덩굴류 피해 면적의 59% 수준이다. 나머지는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림청은 덩굴류 제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덩굴이 전체 산림의 50% 이상을 뒤덮은 덩굴 집중 분포지에 대해서는 약제를 사용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고 있다. 칡 등 덩굴식물의 뿌리에 이들 식물을 고사시키는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주입하는 것이 주된 방법이다. 단순히 줄기 등 눈에 보이는 부분만 제거하는데 그치지 않고 칡 등을 아예 고사시킴으로써 이듬해에 다시 자라나는 것을 막는, 이른바 ‘발본색원(拔本塞源)’ 전략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칡 등 덩굴식물은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있어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산림청은 칡덩굴 등 콩과 식물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저독성 약제를 사용해서 다른 식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칡 등 덩굴식물을 고사시키기 위해 약을 처리한 면봉을 줄기를 자른 뿌리에 꽂아놓고 있다. 산림청 제공


전덕하 산림청 산림자원과장은 “숲을 망치고 경관을 저해하는 덩굴류를 제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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