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초거대AI 위에 나는 양자컴퓨터..구글 "환경·의료·에너지 문제 해결한다"

박현익 기자 2021. 9.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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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퀀텀 AI 캠퍼스 버추얼 투어
구글 "10년 내 상용화 가능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
"슈퍼컴에서 못했던 실험 가능..다양한 문제 해결"
에릭 루체로 구글 퀀텀 AI 수석 엔지니어/사진 제공=구글코리아
[서울경제]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에서 다루지 못했던 문제들을 실험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양자 컴퓨터를 10년 후 결함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에너지, 환경, 식량, 의료, 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것입니다.”

에릭 루체로 구글 퀀텀 AI 수석 엔지니어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 ‘구글 퀀텀 AI 캠퍼스’ 버추얼 투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비료 생산때문에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2%에 달하는 질소가 필요한데 양자 컴퓨터를 통해 모델링하고 시뮬레이션하면 더 낮은 에너지, 더 적은 연료를 사용해 비료를 만드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또 저희는 어떻게 하면 블랙홀을 만들어볼 수 있는지도 연구하고 있는데 우주에 직접 가야만 할 수 있는 실험들을 이곳 연구실에서 양자컴퓨터와 함께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19년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 초만에 해내는 54큐비트(qubit·양자컴퓨터 연산 단위) 성능의 ‘시카모어 프로세서’를 선보인 바 있다. 현존 가장 뛰어나다는 슈퍼컴퓨터를 양자컴퓨터가 뛰어넘은 이른바 ‘양자우월성’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실제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을 흠결 없이 바로잡는 게 가장 큰 숙제다. 큐비트 수가 증가할수록 양자 결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 틀린 값을 내놓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비트(bit)’ 단위로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모든 계산을 동시에 해내는 큐비트 단위로 계산을 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는 정보를 ‘0’과 ‘1’로 이뤄진 이진법으로 이해하는데 2비트라고 하면 ‘00’ ‘01’ ‘10’ ‘11’ 등 4가지 경우의 수를 하나씩 따져본다. 반면 큐비트는 4가지 모두를 동시에 한 번에 처리하는데 이처럼 비트가 중첩된 상태인 큐비트가 계속 늘어나도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양자컴퓨터 기술의 관건이다. 구글은 앞으로 10년 내로 100% 오류가 보정된 1,000 개의 큐비트 조합을 구현하고 궁극적으로는 100만 개 이상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릭 루체로 구글 퀀텀 AI 수석 엔지니어가 구글 퀀텀 AI 캠퍼스 버추얼 투어에서 구글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를 소개하고 있다./사진 제공=구글코리아

루체로 수석 엔지니어는 버추얼 투어에서 구글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의 내부 모습도 소개했다. 한아름 크기의 원통 안에 꼬불꼬불한 금속 고리들이 이리저리 얽힌 형상이다. 루체로 수석 엔지니어는 양자 컴퓨터가 10밀리켈빈(mK)이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켈빈은 온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보통 실온이 300켈빈(영상 27도), 우주 공간의 온도가 4켈빈이다. 10밀리켈빈은 이보다 훨씬 낮은 영하 273.4도 수준이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전자가 아무런 저항 없이 움직이는 ‘초전도성’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며 “내부 알루미늄이 초전도성을 가지려면 이러한 극저온 조건이 필수”라고 전했다.

루체로 수석 엔지니어는 또 최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슈퍼컴퓨터 기반 초거대(hyperscale)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 환경에서 하지 못한 실험들을 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종류의 컴퓨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올해 초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를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 상용화에 나서기 시작했고, 삼성전자(005930), LG(003550), SK텔레콤(017670), KT(030200), 카카오(035720) 등이 뒤늦게 개발에 나선 단계다. 루체로 수석 엔지니어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슈퍼컴퓨터 등 기존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공생”이라며 “현재 구글 퀀텀 AI 연구실에서도 양자 컴퓨터를 운영하는데 기존 컴퓨터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두 가지가 함께 연구,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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