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혐오의 장으로 만들지말라"..대선후보에 거는 최소한의 기대

김태은 기자 2021. 9. 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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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9>종합좌담회③

[편집자주]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니투데이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와 함께 9회에 걸쳐 '대한민국 공론장'을 마련합니다. 어느 정파에도 얽매이지 않고 모든 후보와 정당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좌담회를 진행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릴 맹목적 진영논리나 인기 영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여야·좌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정책 대안 경쟁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애써 쌓아올린 민주주의 제도를 제발 당신들에 의해 망가트리지는 말라."-송호근 포스텍(포항공대) 석좌교수

차기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있는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우리는 어떤 기대와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을 수밖에 없는 불행한 선거가 반복돼 왔지만 '새로운 정치'에 대한 한 가닥 목마름까지 말라버린 채 역대 최악의 대선을 치르게 될 지도 모른다.

머니투데이는 이달 6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KIPPS)와 함께 '어젠다K-2022' 종합좌담회를 열고 대선을 앞둔 현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송 교수는 이 같은 우려와 위기 의식을 좌담회 내내 쏟아냈다. 송 교수는 "정치를 혐오의 난장으로 만들지 말라. 최소한의 기대라도 져버리지는 말라"는 말로 여야 대선후보들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역시 "이승만이냐 김구냐, 김영삼이냐 김대중이냐, 인물에 대한 과도한 지지와 비판에 몰입하는 것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며 최근 대선 상황에 대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 교수는 이번 대선이야말로 양극단의 정치를 종식시킬 개헌을 공론화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 온 진보학자다. 그러나 여야 모두 대선후보 간 극단적인 인물 대결, 그마저도 저질 네거티브 공세에 치우쳐가면서 개헌은 커녕 정책 대결이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후보와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는 최악의 대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김성식 전 국회의원은 "지금 '박(朴)주주의'의 유령과 '문(文)주주의'의 유령 속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있지 않느냐"면서 "맹목성을 극복한 시민들이 제대로 된 성찰과 대안의 공론장을 열고 민주주의 2.0으로 가기 위한 여러가지 시민적 압력을 정치권에 전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6일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 참석한 박명림 연세대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승자 독식 구조에선 어떤 정책·공약도 소용없어…최소한의 개헌 약속해야"

박명림 교수는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은 단연코 '공정과 통합'이라고 꼽았다. 이를 위한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권력 분산과 균형이라는 소신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박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촛불시위를 사실상 제2의 '1987년 6월 항쟁'이 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항쟁'에 이어 대한민국 공동체가 준수해야 할 가치가 지켜지지 않을 때 시민사회가 저항한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화 과제 속에 매몰됐다면 민주화 이후 모두가 함께 산다는 '공화'의 가치를 보다 실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민주화를 이뤘지만 계층을 넘고 진영을 넘는 의제에는 실패했다"며 "누구에게는 5년은 지지하고 다른 누구에게는 5년은 증오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화국은 유지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권력 독점을 극대화하는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해 온 박 교수는 "계층이나 산업, 지역 등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양극화 문제보다 이념 양극화 문제가 훨씬 심각한데 결국 정치 권력의 분산과 균형의 필요성은 도외시한 채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에게도 1987년 이후 유지돼왔던 대통령 책임제의 권력 독점 형태에서 권력 분산을 꾀하는 개헌을 약속할 것을 제언했다.

박 교수는 "정책이나 공약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승자 독식의 권력 구조에서는 어떤 정책이나 공약도 성공할 수가 없고 대한민국의 불균형과 후퇴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청와대의 권력 독점을 막는 최소한의 개헌이라도 약속해야 한다"며 "국무회의가 원래 의결기구인데 심의기구 기능에 그치고 있고 장관 임명도 국회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임명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걸 넘어서 최소한의 권력 균형을 노력할 때 정책을 통한 불평등·불균등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6일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 참석한 송호근 포스텍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항쟁의 정신으로 돌아가 시민사회 공존·동행 회복해야"
송호근 교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출발점이 어디냐"는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 시민사회가 상실한 공존과 동행을 회복하는 것을 우리의 시대정신으로 봤다.

송 교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토크빌이 제시했던 도덕적 리더십을 자치를 내세웠다. 그것은 시민정신이다.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느냐"며 "결국 1987년 민주항쟁이다. 권위주의 체제에 대해서 저항한 시민항쟁의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함께 사는 시민(Mitburger)', 공존과 동행 개념을 시민사회가 금과옥조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를 국정으로 어떻게 뒷받침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민주화에서 자제와 양보라는 시민정신이 권리와 이익추구의 투쟁의식에 의해 밀려났다.

복지와 노동정책이 시민사회의 공존과 동행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차기 정부가 제도적 정비에 나서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우리는 복지 제도는 시작한 지 오래됐지만 균형이 없는 비대해진 형태로 발전했다"며 "사회보험을 사회보장으로 바꿔야 한다. 사회보험은 20세기 산업화 시대 논리다. 돈 모자라면 다 파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21세기 논리에 따라 사회보장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세금 제도 역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경제력이 GDP 1만달러 돌파할 때 복지문제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10년, 20년 늦어졌다"며 "경제력에 비해 복지와 노동문제가 가장 지체돼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민들의 공론장이 훼손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20세기 해방이후 한국을 끌어왔던 것은 대학과 언론, 종교였지만 지난 20년 간 이 세 곳이 모두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대학은 담론 생산 역할을 못하게 된 지 오래고 언론은 가짜뉴스 생산지로 지목됐다. 종교는 화해와 관용의 심적 자원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광화문 집회' 사건 등등 시민들의 구제 영역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비어있는 신뢰의 공간에 결국 남은 것은 공론장 뿐"이라면서 다만 "시민들이 훈련을 거치지 않은 채 공론장에 들어오게 되는데 공론장에 정치가 주도하면 지금처럼 암담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정치 영역을 혐오의 장으로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달 6일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 참석한 김성식 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열혈 지지자 위주 캠페인에서 벗어나라"

김성식 전 의원은 여야 대선후보들을 포함해 기성 정치인들이 솔직하게 답변을 해야 하는 대선이라고 일침했다. 청년 세대들에게 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있다는데 내 삶은 왜 더 힘들어지는지, 극단적인 괴리에 우리 사회가 또다른 민주주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 여야 후보들이 이기기 위해서라도 열혈 지지자 중심의 캠페인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양쪽의 열혈 지지자보다 훨씬 더 많은 다수의 국민들이 상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이분들이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 캠프는 무조건 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당 후보는 현정권에 대한 반성부터 이야기해야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 야당 후보는 왜 탄핵에 이르렀는지 다시 돌아보고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점에 답하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더 내몰릴 뿐 아니라 정권 역시 온전하게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 이미 한 정당으로서 동지 의식이 없다. 오로지 사람 중심의 테두리만 남아있다"고 개탄했다.

김관영 전 국회의원은 의회 정치의 온전한 복권을 주문했다. 그는 "다양한 이해 가치가 반영할 수 있는 의회 구성부터 돼야 한다"며 "선거법이 반드시 개정이 되고 각각의 국회의원들이 헌법기관이라는 생각을 갖고 토론을 활성화해 양심에 따라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 의회가 청와대와 정부의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 행정부의 여러 일들을 견제하는 의회 고유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달 6일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 참석한 김관영 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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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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