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송이와 흰 꽃? 현미경으로 바라본 참나무잎입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9. 22. 1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샷] ‘니콘 스몰월드 2021’ 수상작
30여만 개의 신경세포 촬영작
돼지에 기생하는 이의 다리 등
출품작 1900점 중 100작품 뽑아
2021년 니콘 스몰월드현미경 사진전 1등작, 참나무 잎, Jason Kirk. /Nikon Small World

파란 나뭇가지에 흰 꽃이 활짝 피었다. 뒤에는 보라색 열매들도 주렁주렁 달렸다. 어느 화가가 그린 유화 같지만 자연의 실제 모습이다. 카메라 제조 기업인 니콘은 지난 13일 버지니아참나무 잎을 현미경으로 촬영한 이 사진을 ‘니콘 스몰월드’ 현미경 사진전의 1등 작품으로 선정했다.

미국 베일러 의대 현미경 센터의 제이슨 커크 소장은 컬러 필터와 맞춤형 현미경으로 잎 뒷면에서 반사되는 빛을 포착해 이 사진을 만들었다.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식물의 잎 표면에 생기는 잔털이다. 파란색은 물이 흐르는 물관이며, 보라색 포도송이처럼 보이는 것은 공기가 오가는 기공(氣孔)들이다. 작가는 여러 필터로 특정 색을 강조한 사진 200여 장을 찍고 이들을 합쳐 색을 보정하는 방식으로 최종 작품을 완성했다.

커크 소장은 “현미경으로 작은 물체를 관찰하려면 머리만 한 크기의 조명으로 바늘 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20년 동안 과학계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동시에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니콘은 “1등 작품은 영상 기술과 예술적 창의력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021년 니콘 스몰월드현미경 사진전 2등작, 신경세포, Esmeralda Paric, Holly Stefen. /Nikon Small World

2등은 호주 매쿼리대 연구진이 미세 유체 칩에서 키운 30여만 개의 신경세포를 촬영한 사진이다. 마치 추상화처럼 보이는 화면 좌우로 두 가지 다른 신경세포 군집이 보이며, 가운데는 액체가 흐르는 통로이다. 3등은 미국 뉴욕의 나소 전문대 연구진이 돼지에 기생하는 이의 뒷다리와 발톱, 기관(氣管)을 찍은 사진이다. 땅속 터널처럼 보이는 부분이 곤충의 호흡기인 기관이다.

2021년 니콘 스몰월드현미경 사진전 3등작, 돼지 이, Frank Reiser. /Nikon Small World

바닷속 산호처럼 붉고 흰색이 강렬한 사진은 체코 마사릭대 연구진이 사람 유방 세포를 입체로 키운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를 찍은 것이다. 12등을 차지했다. 붉은색은 젖을 분비하는 세포이고 흰색은 그 위에서 압축하는 근상피세포이다. 호주 월터앤드엘리자홀 의학연구소가 출품해 가작을 받은 사진 역시 형광 빛을 띠는 산호로 보이지만 실상은 내장 표면의 융모(絨毛)를 덮고 있는 상피세포이다.

2021년 니콘 스몰월드현미경 사진전 12등작, 유방 오가노이드, Jakub Sumbal. /Nikon Small World

니콘은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1975년부터 매년 이 공모전을 열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88국에서 출품한 사진 1900여 점 가운데 본상 20작품을 비롯해 총 100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2021년 니콘 스몰월드현미경 사진전 가작, 내장 상피세포, Caleb Dawson. /Nikon Small World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