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추석연휴 이후 주목할 기업공시 모음
공시줍줍 독자 여러분.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고 계신가요? 추석 연휴가 있는 이번주에는 주식시장도 사흘 동안 쉬는 만큼 기업 공시도 나오지 않는데요. 그래서 추석 연휴 직전 주식거래일(9월 17일)에 나온 기업 공시 가운데 주목할 내용을 모아봤어요.
엔지켐생명과학, 인도 백신 생산용 대규모 증자
☞관련 공시: 엔지켐생명과학 9월 17일 증권신고서(지분증권)
엔지켐생명과학이 3164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 이번 증자로 새로 찍어내는 주식 수는 530만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64%에 해당. 제법 큰 규모의 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 불가피. 다만 대규모 증자라도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데 증자대금의 절반(1500억원)은 채무상환, 나머지는 운영자금(1244억원), 시설자금(420억원).
공시 양식에 따라 이렇게 구분했지만, 증권신고서 내용을 보면, 상당수 자금은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카딜라'(Zydus Cadila)가 개발하는 코로나 백신(ZyCoV-D)을 위탁생산하는데 필요한 돈.
회사 측은 10월 중 위탁생산 본계약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이를 위한 운전자금을 유상증자 대표 주관사 KB증권으로부터 먼저 빌리고, 나중에 증자대금이 들어오면 갚을 예정이라고 설명. 결과적으로 엔지켐생명과학은 인도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주주들에게 주식을 팔아서 조달하는 것.
관건은 인도 백신의 사업성. 현재 인도에서는 임상3상의 중간 결과에 따라 긴급사용 승인이 났고, 내년 2월부터 연간 1억2000만 도즈(약의 1회분)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힘. 다만 해당 백신은 인도 외에 다른 나라에선 아직 허가 나지 않았음. 향후 금융감독원이 엔지켐생명과학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보강 명령을 내리는지도 관찰해야 함.
진에어, 유상증자 1차 발행가 1만 7200원
☞관련공시: 진에어 9월 17일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안내공시)
진에어는 지난 8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새로 발행해서 주주들에게 파는 방식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 유상증자를 하려면 얼마에 팔지 가격을 정해야 하는데 1차 발행가격으로 1만7200원 발표. 이는 17일 종가(2만3300원)보다 26% 싼 가격. 새로운 주식을 대거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 이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시세보다 싼 값에 신주를 살 권리(신주인수권)를 주주에게 제공.
다만 1차 발행가격은 잠정적으로 '대략 이 정도 가격대에서 팔 것'이란 것이고, 최종 확정 발행가격은 10월 28일 발표. 최종 발행가격이 1차 발행가격보다 높을 수는 없다는 규정(=1차 발행가격과 2차 발행가격 중 낮은 가격으로 최종 확정)이 있어서 향후 진에어 주가가 올라가더라도 유상증자 가격은 1만7200원 선에서 결정.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신주인수권을 팔 수 있는 날짜는 10월 18일~22일, 유상증자 청약을 하는 날짜는 11월 1일~2일. 청약으로 받은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날짜(신주상장일)는 11월 19일.
■아모레퍼시픽, 더마코스메틱 지분 인수
☞관련 공시: 아모레퍼시픽, 9월 17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란 회사 지분 38.4%를 18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함. 코스알엑스는 작년 매출 802억원, 순이익 166억원을 기록한 곳으로 20대 여성, 해외시장에 강점이 있는 더마코스메틱(의약품에 준하는 기준의 피부치료용 화장품) 전문업체.
아모레퍼시픽은 기능성 화장품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는 설명. 특히 이번 계약에는 콜옵션도 포함돼 있다는 점. 코스알엑스의 자기주식을 제외한 잔여 지분 57.6%도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할 수 있다는게 콜옵션 내용. 즉, 마음만 먹으면 회사를 통째로 살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 계약.
골드퍼시픽, 전환사채 주식 전환
☞관련 공시: 골드퍼시픽, 9월 17일 전환청구권 행사
골드퍼시픽이 '전환청구권 행사'라는 공시를 발표. 이 공시는 전환사채를 보유한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바꾼다는 얘기.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회사는 투자자에게 지급할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함.
그 규모가 388만1986주로 골드퍼시픽 총발행주식의 4.89%에 해당. 특히 전환사채 투자자의 매입 단가를 뜻하는 전환가액이 1주당 1288원으로 시세(9월 17일 종가 2085원)보다 낮음. 주식 전환 물량이 많고, 매입 단가는 낮으므로 이번 전환청구권 행사로 찍어내는 새 주식이 상장하는 10월 7일 전후로 주식 수급 상황을 관찰할 필요.
이번에 주식으로 바뀌는 전환사채는 작년 9월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 채권. 사모 전환사채는 납입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 주식 전환이 가능한데 딱 1년이 되자마자 주식 전환한 것. 다만 당시 발행 규모는 100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50억원은 작년 말 회사가 사들였고, 남아있던 50억원어치가 이번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
더존비즈온 주주명단에 등장한 신한은행
☞관련 공시: 더존비즈온 9월 17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 처분 결정)
더존비즈온이 자사주 62만120주(총발행주식의 1.97%)를 723억원을 받고 신한은행에 팔기로 함. 1주당 매각금액은 11만6600원으로 자사주 매각계약을 맺은 9월 16일 종가(10만6000원)보다 10% 웃돈이 얹어진 것.
자사주를 파는 방법에는 ①불특정 다수에게 매각하는 것 ②더존비즈온처럼 특정인과 계약을 맺어 파는 것이 있는데, 주식시장에선 불특정 다수에게 매각할 때는 보통 악재(=유통이 되지 않던 자사주가 유통물량으로 풀리기 때문)로 인식하는 반면 더존비즈온처럼 특정인에게 매각하는 건 호재(=회사 창고에 묵혀있는 주식을 현금화하는 것)로 받아들이는 편.
물론 악재와 호재의 구분이 늘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진 않는다는 점 주의!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지분 1.97%를 보유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림. 이번 거래는 애초 유통물량이 아니었던 자사주가 주인만 바뀐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두 회사가 다양한 협업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가 관건.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박수익 (park22@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