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맨해튼에 21억달러 건물 구입

송경재 2021. 9. 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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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구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강 인근 '세인트존스 터미널' 건물을 21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17일 구글 뉴욕 사무실 앞을 한 청년이 걸어나고 있다. FILE - In this file photo dated Monday, Dec. 17, 2018, a man using a mobile phone walks past Google offices in New York. Google is planning to buy New York's St. John’s Terminal for $2.1 billion, making it the anchor of its Hudson Square campus. Alphabet and Google Chief Financial Officer Ruth Porat said Tuesday, Sept. 21, 2021, that the company is looking to invest more than $250 million in its New York campus this year. (AP Photo/Mark Lennihan, FILE) /뉴시스/AP /사진=뉴시스 외신화상

미국 인터넷 공룡 구글이 뉴욕 맨해튼의 노른자위 사무실 빌딩인 '세인트존스 터미털'을 21억달러(약 2조48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건물을 중심으로 구글의 뉴욕 허드슨 복합단지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구글의 이같은 계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재택근무가 큰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사무실용 기업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쪼그라들 것이란 그동안의 비관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징표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이하 현지시간) 구글이 맨해튼 사무실 건물 구입에 나섰다면서 계속해서 호황을 이어가는 미 주택시장과 함께 기업 부동산 시장 역시 팬데믹 침체를 딛고 부활 날갯짓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정보 제공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구글의 맨해튼 빌딩 매입가 21억달러는 지난해 팬데믹 이후 미 단일 사무실 건물 거래 규모로는 최고 기록이다.

미 역사 전체로 봐도 이 정도 가격은 몇 손 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구글이 사들이기로 한 사무실 건물은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 자리잡은 약 12만774㎡ 건면적의 '세인트존스 터미널'빌딩이다. 허드슨 강을 마주한 풍광 좋은 건물로 구글의 허드슨 복합단지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구글의 사무실 욕심은 팬데믹 이후 미 기업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 성급한 것이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기업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팬데믹 이후 미 전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각 기업이 방역 규제로 인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사무실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사무실 임대료 역시 추락했다.

구글이 건물 매입에 나선 맨해튼 지역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직 수요가 변변찮아 건물주들이 요구하는 임대료 수준은 4년전인 2017년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물을 중심으로 기업 임대 고객들의 수요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구글의 맨해튼 빌딩 매수는 달라진 시장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다.

부동산 업체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사무실 임대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맨해튼 미드타운 임대는 지난달 7월 대비 2배 넘게 급증했다.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콜 은행이 미드타운에 새 둥지를 틀었고, 수영복 업체 론제비티브랜즈도 사무실을 임대했다.

건축된지 얼마 되지 않은 비교적 새 빌딩들은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팬데믹 기간 투자자들이 단 손 털고 나갔지만 올해 백신 접종이 활발해지고,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에도 탄력이 붙으면서 입질이 활발하다.

특히 장기 임차인을 확보한 빌딩은 값이 치솟고 있다. 미국의 초저금리 상황에서 임대료 수입만큼 짭잘한 수입을 기대할 만한 투자처가 많지 않다는 판단이 빌딩으로 돈이 몰려드는 이유다.

기업을 매수해 쪼개 파는 것이 주종목이지만 부동산 시장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모펀드들도 돈 냄새를 맡고 기업 부동산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KKR은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무실 빌딩을 11억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거래 사상 10여년만에 최고가 거래였다.

이 건물은 소프트웨어 업체 드롭박스가 임대해 쓰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재택근무 바람의 선두에 선 대형 기술업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수년간 사무실 부동산 시장 상승세 주역이었다.

이들은 대형 임차인이자, 건물을 사들이는 큰 손으로 미국내 사무실 빌딩 가격 상승을 이끌어왔다.

특히 최근 들어 사무실 건물 가격이 하락하자 저가 매수를 노리고 팬데믹 기간 쌓아 둔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사무실 빌딩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부동산 투자자들은 전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확산돼도 이들의 사무실 수요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국적 부동산임대업체 브룩필드프러퍼트파트너스의 브라이언 켄싱턴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인력의 20%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사업이 지금처럼 계속 급속히 커지면 나머지 80% 인력이 일할 사무실 공간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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