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폭풍 '가면 쓴 당구인' 해커. 진짜 당구 실력은?

이신재 2021. 9. 22. 0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면 쓴 당구인’ 해커가 TS 샴푸 PBA챔피언십을 휘젓고 있다. 기껏 1~2승을 예상했는데 4대천왕 쿠드롱을 3-0으로 완파하며 4강 고지를 점령했다.

화제의 인물 해커(사진출처=PBA토토)

이제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지만 과연 해커의 실력이 그 정도까지 될까.

해커는 ‘공식적으로는’ 아마추어 당구인이다. 7만 팔로워의 유튜버지만 프로 경력은 없다. 실제 인물이고 활동을 하는 사람이므로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공식적으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미지의 인물’이다

때문에 실력도 베일 속이다. 하지만 전국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실력자로 PBA랭킹 20위권대의 한동우를 곧잘 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를 보면 최소한 그 정도는 되는 듯 하다.

스폰서 협찬으로 처음 출전한 지난 6월의 블루원 대회때 128강전에서 탈락했고 이번에도 128강전을 승부치기로 겨우 통과, 평가 절하 된 측면이 있다.

6월 대회의 첫 상대는 베트남의 당구 영웅 마민캄 이었다. 쿠드롱의 천적으로 월드 클래스다.

호된 신고식이었다. 초청 케이스로 120위 이하의 순위여서 어차피 톱10선수를 피할 수 없었지만 그중 강자를 만났다.

예상대로 0-2로 완패했다. 그러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마민캄의 에버리지는 2.500이었다. 128강 64경기에서 그보다 잘 친 선수는 오성욱 밖에 없었다. 오성욱도 그 날은 특별했다.

해커의 에버리지는 1.364. TV카메라가 돌아가는 속에서 치른 아마추어의 프로 첫 대회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팔라존이 그 에버리지로 김행직의 동생 김태관을 2-0으로 눌렀고 결승까지 오른 사파타도 1.167로 첫 판을 통과했다.

마민캄이 대단한 강자여서 탈락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신들린 샷’이 패배의 첫 번째 이유였다.

해커의 이번 4강 길 5경기 에버리지도 그 정도 수준이다. 128강 이상철 전 1.195, 64강 전성일 전 1.326, 32강 쿠드롱전 1.800, 16강 김종원 전 1.586 그리고 8강 김남수 전 1.216이었다.

쿠드롱과의 경기가 특별했고 김종원과의 16강전이 뛰어났지만 기본기, 멘탈, 경기 운영 능력을 보면 그의 돌풍이 느닷없는 것은 아니었다.

첫 고비였던 이상철과의 승부치기. 이상철이 유리한 선공이면서도 맞추지 못하자 첫 큐에 바로 득점했다. 만만찮은 배치였지만 시원한 횡단 샷을 터뜨렸다. 실력과 멘탈을 보여 준 장면이었다.

40위권 선수를 승부치기서 이겨 ‘운이 좋았네’로 넘어갔으나 다음 상대는 랭킹상 더 쉬운 105위의 전성일. 해커가 받은 순위는 88위였다.

2승 속에 마주 한 쿠드롱. 초반 기선을 잡은 것이 중요했다. 8연타로 실마리를 푸는 바람에 자신은 신났고 쿠드롱은 초조함에 실수를 연발했다. 8연타는 운이 아니었다. 5연속 뒤돌리기를 성공시킬 정도로 기량이 안정되어 있었다.

쿠드롱은 그날 쿠드롱이 아니었다.

운이 따랐지만 운도 계속되면 실력이다. 실력이 없으면 운도 따라오지 않는다.

김종원과의 16강전 4세트는 멘탈의 승리. 5이닝 공타로 0:7까지 몰렸다.

전략상 한 발 물러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종원이 연속되는 공타로 주춤거리자 8이닝 2연타로 따라붙은 후 9이닝에 8연타를 쏘아 버렸다.

그 다음이 진짜 강심장 장면. 실패했지만 별 고민 없이 뱅크 샷을 날렸다. 던져야 할 때 던질 줄을 아는 승부사였다.

8강전은 대진 운. 김남수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김남수의 8강까지 길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다. 겨우 겨우 올라왔는데 강동궁과의 16강전에선 펄펄 날았다.

김남수가 해커와의 경기에서 그 절반만 했어도 이기기 힘들었다. 에버리지 1.216으로 5경기 중 가장 낮았다. 하이런도 5점으로 최하치였다. 김남수의 컨디션이 워낙 저조해서 이겼다고 볼 수 있다.

그 에버리지로 강동궁을 만났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잘해서 이기는 경우와 상대가 못해서 이기는 경우 중 어떤 게 더 많을까, 경우의 수가 거의 비슷하다. 맞싸움의 스포츠 , 특히 당구는 상대와 상대의 당시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프로 2대회 6경기 전적으로 본 해커의 당구 실력은 PBA 20위권은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뒤돌리기에 이은 포지션 플레이에 능하며 방송을 한 탓인지 멘탈도 강한 편. 패배한 프로들이 속 상해 할 정도는 아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niareport.com

Copyright © 마니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