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오르고 대출한도는 줄고.. 서울 집 살 때 필요한 돈 4년만에 1.9억→6.9억

최상현 기자 2021. 9. 22.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심리가 확산하며 무주택자들의 마음이 다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4년 새 오른 집값은 언감생심 쳐다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부동산 담보 대출 광고. /연합뉴스

22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4월 기준 서울의 중위 주택 가격은 중위 가구(3분위) 소득 10.9년치에 해당했는데, 올해 6월에는 동일한 서울 중위주택·중위가구 PIR이 18.5년으로 늘었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내 집 마련 기간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는 수치다. 일반적인 서울 중산층이 체감하는 주택 가격이 70%가량 비싸졌다는 애기다.

그러나 실제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집값 오름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주택 매입 시 집값의 상당 부분을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같은 집을 사는데 필요한 ‘자기자본’ 규모가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수요자가 체감하는 서울 아파트값은 얼마나 비싸졌을까. 리브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먼저 서울 중위 아파트값은 2017년 4월 6억267만원에서 지난달 10억4667만원으로 4년여간 92.4% 올랐다.

물론 소득도 올랐지만, 집값이 오른만큼은 아니었다. 지난 2017년 1분기 도시 가구 3분위 소득은 403만6515원이었는데, 2021년 2분기에는 466만8410원으로 15.7% 상승했다. 집값 상승률과 소득 상승률 차이가 5배가 넘는다.

현 정부가 처음 내놓은 부동산 규제인 ‘6·19 정책’ 이전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까지 적용됐다. 서울 중위 아파트값에 해당하는 6억267만원의 매수 대금 가운데 4억2186만원은 대출로 충당하고, 나머지 1억8080만원의 자기 자본만 마련하면 됐다는 것이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거듭된 현 시점에서 서울의 LTV 기준은 9억원 이하분에 대해 40%, 9억원 초과분에 대해 20%로 줄어들었다. 이를 서울 중위 아파트값인 10억4667만원에 대입하면 대출금은 3억8933만원이 나오고, 자기 자본은 6억5734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집값은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대출 가능 금액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구해야 하는 ‘목돈’은 3.63배로 늘어났다.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까지 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영끌’은 훨씬 더 어렵게 됐다. 지난 7월부터 규제지역의 6억원 이상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됐는데, 고액 신용대출도 대상에 포함됐기 떄문이다. DSR은 연간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신용대출도 1억원을 초과하면 DSR 40%가 적용되도록 바뀌었다.

집값이 오르면서 덩달아 뛴 취득세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취득세는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할 수 없는 ‘자기 자본’에 속하기 때문이다. 비록 취득세 중과 규제가 무주택자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집값 상승으로 취득세 적용 구간이 달라졌다. 무주택자 취득세(전용면적 85㎡ 미만)는 ▲6억원 이하 1.1% ▲6억원~9억원 2.2% ▲9억원 초과 3.3% 등이다.

2017년 4월의 서울 중위주택 가격은 6억267만원으로 대부분 취득세율 1.1~2.2%가 적용됐다. 무주택자가 냈을 취득세는 660만원에서 1325만원 사이였을 것으로 계산된다. 반면 지난달 서울 중위주택 가격인 10억4667만원에 대해서는 취득세율 3.3%가 적용돼 3454만원을 내야 한다.

종합해보면, 무주택자가 서울 중위 아파트를 살 때 필요한 자금은 지난 2017년 4월 1억8740만원에서 지난 8월 기준으로는 6억9188만원으로 3.69배 이상이 된 것으로 추산된다. 가구 소득을 한푼도 쓰지않고 구입자금을 모은다고 가정하면, 2017년 4월에는 3.86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12년 하고도 넉달이 더 걸린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적용되는 LTV 우대율을 10%포인트(P)에서 20%P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대상 주택이 9억원 이하에 한정돼 중위 주택가격 보다도 낮고, 대출 한도도 4억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오른 것 보다도 대출 규제가 중첩되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부분이 더 크다”면서도 “지금처럼 무주택자들의 초조함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완화하면, 상승세를 부추기는 역효과가 날 수 있어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