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이색 서점 6
책방에서 책만 보는 시대는 갔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공간을 고르고, 음악이나 술을 곁들일 수 있는 서울 곳곳의 이색 서점을 모았다.
문학을 주요하게 다루는 독립서점. 정기적으로 진부책방낭독회, 독서모임, 공연, 상영회 등을 열고 있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 작가들이 찾아오는 서점으로 알려진 곳. 이설빈 시인이 책방 매니저로 근무하며 시집과 소설집을 중심으로 문학과 관련된 예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선별한 약 2300종의 문학 관련 도서를 만날 수 있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독서를 돕는 플라이북은 앱을 통해 맞춤 추천부터 대여, 구매는 물론 서평을 공유하고 독서 모임까지 가능하게 한다. 도서 정기구독 멤버십인 플라이북 플러스를 이용하면 매달 맞춤 책을 택배로 받아볼 수도 있다. 플라이북은 책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오프라인 서가도 운영한다. 다양한 상황별로 큐레이션 돼 취향이 확실한 애독가들이 즐겨 찾는데, 이번에는 ‘책, 그리고 음악과 더 가까워지는 곳’을 콘셉트로 꾸며진 플라이북 뮤직점이 서울 서초구에 오픈했다. 라시따델라모다 쇼핑몰 1층에 위치한 이곳은 (주)뮤직아트와 협업을 통해 음악으로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양한 상황과 주제에 따라 책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 예를 들어 이별을 했을 때, 이곳에 가면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과 책이 함께 큐레이팅 된다. 또는 실제 책 속에 등장하는 음반을 추천해 준다.
합정의 한적한 뒷골목에 자리한 서점. 두꺼운 책과 그 위에 놓인 와인잔이 그려진 로고가 눈길을 끈다. 로고대로 책과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로 운영돼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만남’의 장소로도 사용된다. 책과 음료, 사람의 만남으로 더 많은 초고가 탄생하길 바라는 오픈 멤버들의 바람이 담겨있다. 그래서 이름도 ‘문학살롱 초고’다. 입간판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고풍스러운 풍경과 빈티지한 향기에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한 기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하는 살롱 문화를 모티프로 만들어 마치 어릴 적 꿈꾸던 비밀 아지트를 떠올리게 한다.
서점과 카페에 ‘노키즈존’ 팻말이 하나 둘 걸리기 시작하면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양평동 골목에 자리한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서점이 반갑게 느껴진다. 이름부터 귀여운 이 책방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주인공인 그림책방이다. 동네 친구이자 엄마인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오픈한 책방으로 일상에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책, 내 마음을 알아주는 책, 전 세계 아이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책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선보인다. 세 사람의 자녀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선정하다 보니 동네 아이들이 아지트처럼 드나드는 공간이 됐다. 따뜻한 아이보리 빛 공간을 알록달록한 그림책이 가득 채우고 있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 모든 책들은 열람은 물론 구매와 대여가 가능하다.
볼거리, 즐길 거리, 맛집까지 포진해 있는 한남동에서 유독 걸음이 느려지는 공간이 있다. 예술 관련 서적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독립서점 포스트 포에틱스다. 첫 시작은 무려 2006년 상수동이다. 책방 주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던 예술과 디자인 서적을 직접 입수했으며, 이후 세 번의 이전을 거쳐 지금 한남동에 자리를 잡았다.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예술 서적까지 모여있으니 예술 관련 분야의 사람들은 물론 그와 무관한 애호가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디자인부터 인쇄 방법, 컬러, 내용물까지 유니크한 제품들이 모여있으니 마치 예술 작품이 진열된 전시장 같기도 하다.
추리 소설 매니아라면 미스터리 유니온이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것. 작은 공간이지만 책방 전체를 추리소설이 가득 채우고 있으니 읽어도 읽어도 읽을 책이 남아있을 거라는 미묘한 풍족감이 밀려온다. 추리소설만 모여있다 보니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책도 발견할 수 있다. 국가별, 작가별로 분류해 원하는 책을 찾기도 편하다. 아무리 큰 서점이라고 해도 추리소설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묻히는 경우가 다반 수인데, 이곳에서는 취향을 반영한 장르의 책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어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탐정의 비밀 서재를 닮은 인테리어도 독특하다. 벽과 책장, 의자와 테이블을 모두 어두운 컬러의 목재로 제작해 추리소설을 읽는 내내 몰입할 수 있다.
고아라 / kar@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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