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형자산' 가치 저평가..TSMC의 절반도 안돼

주성호 기자 2021. 9.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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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파이낸스 '무형자산 톱 100' 랭킹서 삼성전자 89위
1200억달러 수준..반도체 라이벌 TSMC은 삼성전자 3.9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국기게양대에 내걸린 태극기와 삼성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들 중에서 '유형자산'에 비해 '무형자산'의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돼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무형자산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가장 대표적인 게 특허, 저작권, 영업비밀 등의 지식재산과 관련된 것들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유형자산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무형자산 가치를 따져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TSMC, 인텔 등 경쟁 업체들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BrandFinance)가 최근 발표한 '2021년 글로벌 무형자산 가치 톱 100'(Top 100 Companies by Total Intangible Value 2021) 랭킹에서 삼성전자는 89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올해 무형자산 가치 총합은 1200억달러(약 141조원)로 프랑스의 제약회사 사노피와 같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무형자산 기준 글로벌 '톱 100' 랭킹에 올랐으며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다.

브랜드파이낸스에 따르면 무형자산은 명칭대로 형체가 없어 눈에 보이지 않으나 기업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자산으로 손꼽힌다.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게 특징으로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Copyright), 상표권(Trademark), 라이센스(Licenses)를 합친 이른바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이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이 외에도 영업비밀(Trade Secret)과 연구개발(Research & Development), 정부 허가(Government Grants), 인터넷 도메인 이름(Internet Domain) 등도 무형자산에 포함된다고 분석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진열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전인 1990년대만 하더라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이 중요한 기준이었다. 대표적인 것들이 현금과 채권, 공장이나 연구소 같은 설비, 재고 자산, 토지 등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IT 기업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은 글로벌 산업지형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특히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우버 같은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의 성장에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 가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의 특허평가 업체 '오션토모(Ocean Tomo)'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자산 비중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32% 수준에서 1995년 68%로 크게 늘었고 2005년 80%를 지나 2020년엔 90%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21세기 글로벌 기업간 경쟁에서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다.

브랜드파이낸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순유형자산에 비해 무형자산의 가치가 턱없이 낮게 평가된 글로벌 기업 중 한곳으로 분석됐다.

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유형자산 가치 총합은 3110억달러(약 366조원)이다. 이는 버크셔해서웨이(5360억달러), 아람코(3290억달러), 알파벳(3210억달러), JP모건(3120억달러)에 이어서 세계 5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무형자산 가치는 유형자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 무형자산 글로벌 '톱 100' 기업들 중에서 유형자산 가치에 비해 무형자산이 낮게 책정된 곳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ΔJP모건(유형자산 3120억달러, 무형자산 2610억달러) Δ버크셔해서웨이(유형자산 5360억달러, 무형자산 2450억달러) Δ뱅크오브아메리카(유형자산 2910억달러, 무형자산 1670억달러) Δ소프트뱅크(유형자산 1600억달러, 무형자산 1220억달러) 5곳으로 집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스1 © News1

이들 5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95개 기업들은 모두 유형자산보다 큰 가치의 무형자산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의 무형자산 가치는 1조9040억달러(약 2241조원)로 유형자산(1330억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큰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PC 운영체제 선두업체로 막강한 소프트웨어 파워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선두에서 2위로 한계단 하락은 애플도 유형자산 1520억달러보다 10배 이상 큰 1조8710억달러의 무형자산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1조6440억달러), 아마존(1조4710억달러), 알파벳(1조3090억달러) 등도 각각 무형자산 가치 1조달러를 넘겼다.

아시아 기업 중에서 가장 큰 무형자산을 지닌 곳은 7위에 오른 텐센트로 6610억달러로 평가된다. 텐센트의 유형자산은 1110억달러다.

이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이벌 업체인 대만의 TSMC가 글로벌 9위로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18위에서 순위가 9계단이나 상승한 TSMC의 올해 무형자산 가치는 4710억달러다.

반면 TSMC의 생산설비, 현금, 재고자산 등을 더한 유형자산 가치는 820억달러에 불과하다. 결국 TSMC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유형자산은 4분의 1 수준에 그쳤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의 3배 이상 가치를 지녔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를 살펴보면 TSMC에 이어 3570억달러의 엔비디아 15위로 두번째로 높은 랭킹에 올랐다. 이밖에 ΔASML(2790억달러) Δ브로드컴(2240억달러) Δ인텔(1760억달러) Δ텍사스인스트루먼트(1700억달러) Δ퀄컴(1520억달러) 등이 삼성전자보다 큰 무형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브랜드파이낸스는 전 세계 기업들의 무형자산 가치 총합이 25년 전인 1996년에 6조달러(약 7068조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74조달러로 연평균 11%씩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2050년에는 한화로 117경에 달하는 1000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sho2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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