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집값 제친 실리콘밸리처럼 강남 대체할 지역은?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1. 9.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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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집값 10위중 6곳이 실리콘 밸리, 일자리가 비결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으로 제2의 전성기 맞은 분당
미분양 마곡도 10억원 이상 치솟아, 일산도 테크노밸리 착공

미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뉴욕 맨해튼일까, LA 베벌리 힐스일까.

미국의 부동산정보업체 ‘프로퍼티샤크(PropertyShark)’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가격을 우편번호 단위별로 조사한 결과, 캘리포니아주의 애서튼(Atherton)이 1위였다. 주택 실거래가의 평균이 700만달러(약 83억원)에 달한다. 애서튼은 미국 실리콘밸리 교외의 단독주택 위주의 부촌으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이 있다.

2500가구의 작은 마을에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증권업계의 거물 찰스 슈왑, 벤처 투자가인 벤 호로위츠 등이 거주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회장과 폴 앨런 마이크 소프트 공동창업자가 거주했던 곳이다.

프로퍼티샤크가 조사한 미국의 집값 비싼 지역 10위권에 실리콘밸리 지역이 6곳이나 차지했다. 미국의 산업이 I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실리콘밸리에 돈과 고급 일자리가 몰린 결과이다.집값을 결정하는 최종 변수가 고급 일자리라는 부동산학 원론을 잘 보여준다.

판교 테크노밸리 성공으로 자족형, 직주근접형 신도시로 변신 한 분당

일자리와 집값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미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울의 일자리는 456만개(2018년 통계기준)로, 강남구(67만), 서초구(42만), 송파구(30만) 등 강남 3구의 일자리가 140만개에 근접한다. 서울 전체의 30%이다. 대기업, 의료기관, 금융기관 등 고소득 일자리가 밀집해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강남권의 집값이 비싼 진정한 이유는 교육이 아니라 고급 일자리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통계이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가 집값 1위를 차지했듯이 ‘한국형 실리콘 밸리’가 생긴다면 ‘한국 집값 1위=강남’의 공식이 바뀔 수도 있다. 실제 판교테크노밸리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면서 집값 판도도 재편되고 있다. 2006년부터 판교신도시의 자족도시화를 위해 20만평 규모로 개발된 판교테크노밸리는 2012년 완공되면서 게임과 IT 기업의 성지로 도약했다.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입주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분당에 본사가 있는 네이버도 판교에 사옥을 추진하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가 벤처기업을 빨아 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한동안 노후화로 가격이 하락하는 등 침체기를 맞았던 분당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강남권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분당이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자족형 도시’ ‘직주근접형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테크노밸리 성공에 힘입어 제2테크노밸리(13만평)는 물론 , 제3테크노밸리(18만평)까지 건설 중이다.

경기도 성남시의 판교테크노밸리는 IT 등 다양한 벤처기업들이 모여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재벌급 회사가 탄생하는 등 고급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주변 집값도 끌어올리고 있다./ 박상훈 기자

분당에 자극받은 일산, 뒤늦은 테크노밸리 건설 시작

판교테크노밸리 성공에 자극받아 일산에도 테크노밸리가 들어선다. 고양시는 일산 대화동 일대 87만여 ㎡(약 26만평)에 약 8500억원을 투입, 미디어·콘텐츠, 바이오·의료, 첨단제조 분야 혁신기업이 들어서는 테크노밸리를 짓기로 했다. 연내 착공예정으로 판교테크노밸리보다는 한참 늦었지만, 계획은 만만치 않다. 인근 85만㎡ 부지에 들어서는 CJ라이브 도시는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놀이시설, 한류 콘텐츠 등을 갖춘 테마파크로 조성된다. 70만㎡ 부지에 들어설 경기고양방송영상 밸리도 2021년 3월 착공해 2023년 12월 완공된다. 킨텍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관심사항이다.

테크노밸리 예정부지 주변의 장항동 킨텍스원시티 아파트는 30평대가 16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다. 2019년 7억3000여만원에 거래된 후 각종 개발 호재 덕분에 집값이 수직으로 상승한 것이다. 1년 반 만에 10억원 오른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테크노밸리의 성공여부가 주변 아파트가격은 물론 일산 전체의 집값을 좌우할 수 있다.

미분양서 서울 강서권 최고 인기단지로 부상한 마곡

서울 강서구의 마곡산업단지의 LG사이언스파크. 20개 연구동으로 이뤄진 이곳은 LG의 8개 주력 계열사 2만여명의 R&D 인력이 입주했다.

판교테크노밸리에 필적하는 곳이 서울시가 개발한 마곡지구이다. 전체 110만 여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1.3배 정도이다. 서울시의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을 위한 거점 조성이 목표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GT(녹색기술), NT(나노기술) 등 첨단업종이 주로 입주하며 2020년 12월 기준 입주 완료 기업은 93개. 입주 예정 기업까지 합하면 165개다. LG·코오롱 등 대기업을 선도적으로 유치하면서 중소기업도 경쟁적으로 입주했다. 2014년 입주를 막 시작한 마곡지구 대표 아파트 단지인 마곡엠밸리는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하지만 최근 전용면적 84㎡(34평) 짜리 아파트 값이 17억까지 치솟았다. 일자리가 집값 판도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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