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가야설화 품고 남방불교 전파한 김해의 사찰들

김명규 기자 2021. 9.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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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옥과 함께 인도서 온 '장유화상' 장유사 등 창건
장유사·은하사·해은사·흥부암 등 가야의 흔적 곳곳에
장유화상이 허황옥을 따라 가야로 온 뒤 최초로 창건한 사찰인 불모산 장유사. (김해시 제공) © 뉴스1

(김해=뉴스1) 김명규 기자 = 경남 김해에는 가야 설화가 깃들어 있는 사찰이 유난히 많다. 서기 42년 김해에 세워진 가락국(가야) 시조 수로왕과 혼인한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허보옥)이 동생의 신행길에 동행해 발상지 인도의 불교를 가락국에 전파했다는 설화가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유화상은 인도 남방불교를 최초로 전파하며 김해 명산마다 여러 사찰을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모산 용지봉 아래 장유사와 신어산의 은하사, 분산의 해은사·성조암, 임호산의 흥부암, 무척산의 모은암 등이 남방불교 전래설과 관련이 있다.

가야의 설화가 서려있는 김해지역의 사찰을 소개한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8호인 김해 신어산 은하사 전경. (김해시 제공) © 뉴스1

Δ장유사 우리나라에 최초로 불법을 전파했다고 전하는 장유화상이 허황옥을 따라 가야로 온 뒤 최초로 창건한 사찰로 장유화상의 이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해 인구 30%에 가까운 16만명이 살고 있는 장유신도시, 장유동의 지명도 화상의 이름에서 따왔다.

장유사는 남방불교 전래설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찰로 경내에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1호인 장유화상사리탑이 있다. 주변으로 해발 744m 용지봉에서 흘러내리는 대청계곡과 수려한 자연경관이 세상 근심을 잊게 한다.

Δ은하사 ‘신령스런 물고기’란 뜻을 가진 신어산(神魚山) 서쪽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이 역시 장유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은하사 대웅전은 1983년에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8호로 지정돼 있다.

은하사 입구에는 작은 연못을 가로지르는 반야교가 있는데 이 교량 중앙에는 마주보고 있는 물고기 두마리가 새겨져 있다.

인도 신앙 전파의 증거이자 금관가야의 상징인 쌍어인데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기원한 쌍어 문양은 인도 아유타국 허황옥 공주가 가락국 시조 수로왕에게 시집오면서 가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곳의 불교 미술이나 문양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김해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양이다.

Δ해은사 김해의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분산성 만장대에 위치한 사찰로 해은사(海恩寺)라는 이름은 허황옥이 인도에서 무사히 바다를 건너왔기에 풍랑을 막아준 바다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다른 사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대왕전(大王殿)이라는 전각이 있는데 대왕이란 수로왕을 의미하며 전각 내부에 수로왕과 허황옥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해은사에는 허황옥이 인도에서 모시고 온 파사석탑을 복원한 특이한 모양의 석탑이 세워져 있는데 '파사석탑 적멸보궁'이라 불리며 탑 속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3과가 안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은사 대왕전 내 수로왕과 허왕후 영정. (김해시 제공) © 뉴스1

Δ성조암 분산 남쪽 봉우리(타고봉) 아래 활천고개에 자리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 범어사의 말사이다. 수로왕을 일컫는 ‘성조(聖祖)’란 사찰 이름처럼 수로왕의 극락왕생을 위해 지은 사찰로 수로왕의 아들인 거등왕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성조암에는 수로왕의 영정을 모셔놓고 극락왕생을 위해 제를 지내기도 했는데 화재가 나도 그 영정만은 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현재 수로왕의 영정은 해은사 대왕전으로 옮겨져 있다.

Δ흥부암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형세의 임호산(林虎山) 꼭대기 가파른 자리에 위치한 흥부암은 장유화상이 도성의 흥성을 빌기 위해 세운 사찰로 전해진다.

흥부암(興府庵)이란 이름도 가야인들이 호랑이의 사나운 기운을 눌러 도읍을 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조선 순조 때 중건됐으며 1985년 화재로 전소됐다가 1989년에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Δ모은암 김해 상동면과 생림면의 경계에 위치한 무척산(702m) 중턱에 자리잡은 모은암(母恩庵)은 수로왕의 아들이자 가락국 2대 왕인 거등왕이 어머니인 허왕후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는 설과 허왕후가 인도의 모후를 그리워하며 지었다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모은암 극락전에는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석조여래좌상이 있는데 높이 55.7cm의 불상은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맑은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극락전 밖에는 모음각이라는 종각이 세워져 있는데 내부의 범종에는 부모의 은혜가 크고 깊음을 설명하는 불교경전인 '부모은중경'과 함께 어린자식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업고 있는 아들의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무척산 모은암 경내에 있는 모음각 범종. 부모의 은혜가 크고 깊음을 설명하는 불교경전인 '부모은중경'과 함께 어린자식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의 업고 있는 아들의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김해시 제공) © 뉴스1

km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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