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고수' 신진서 "이제 내 바둑 확신 생겨..항저우 AG 금도 꿈꾼다"

김도용 기자 2021. 9. 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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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월 연속 국내랭킹 1위..올해 우승만 6회
"인공지능?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우승을 차지한 제13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3번기 2국을 복기하고 있다. 2021.9.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 바둑의 자존심' 신진서 9단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 널리 자신의 이름을 떨치며 자타공인 '신진서 시대'를 만들고 있다.

올해 초 농심배에서 5연승을 기록하며 한국에 우승을 안기더니 국내에서 열린 기전 4개를 휩쓸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생애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춘란배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9년 6월 국내 랭킹 1위에 오른 뒤 단 한 번도 1위의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그야말로 '최고수'다.

춘란배 우승을 차지한 다음날 뉴스1과 만난 신진서 9단은 여유가 있었다. 신 9단은 "전날 우승 확정 후 몇몇 동료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원래 오늘(16일)이 결승 3국이 예정됐던 날이었다.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푹 쉴 생각"이라고 밝게 말했다.

◇ "내 바둑만 둔다면 자신 있어…LG배 우승 후 눈 떴다"

신 9단은 중국 탕웨이싱 9단(중국)을 2-0으로 꺾고 춘란배 정상에 올랐다. 결승전에 앞서 중국 출신의 쉬자양 8단, 판팅위 9단, 렌샤오 9단을 차례로 꺽은 신진서 9단은 결승에서도 중국 출신의 탕웨이싱 9단에 1판도 내주지 않고 승리했다.

춘란배는 신진서 9단이 지난해 2월 LG배에 이어 2번째로 거머쥔 국제 메이저 대회 타이틀이다. 그동안 국제 메이저대회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던 신 9단과 한국 바둑 입장에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승리였다.

신 9단은 "중국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한 춘란배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LG배 우승이 더 뜻 깊다"며 "당시 준결승에서 커제 9단(중국), 결승에서 박정환 9단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실려자 둘을 차례로 이기고 정상에 올라 감회가 새로웠다"고 LG배 우승의 의미를 더 높게 뒀다.

당시 신진서 9단은 준결승에서 커제 9단에게 19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어 박정환 9단과의 결승 3번기에서도 2판을 내리 따내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동안 한국 바둑의 기둥으로 꼽히면서도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신진서 9단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결과였다.

신 9단은 "LG배 우승으로 알을 깨고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상대하기 꺼렸던 기사들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내 바둑만 둔다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 바둑에 확신이 생긴 LG배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 메이저대회인 춘란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제공) © 뉴스1

◇올림픽 지켜본 신진서 "아시안게임에서는 내가 메달을"

꾸준히 성장한 신 9단은 이제 내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2014 인천 대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제외됐던 바둑은 12년 만에 부활, 항저우 때 다시 정식 종목으로 펼쳐진다.

12년 전 남자‧여자 단체전과 혼성 페어전에 걸린 금메달 3개를 모두 가져온 한국 바둑은 항저우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특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고 있는 신 9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 9단 자신도 아시안게임 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진서 9단은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시안게임에 대한 욕심이 있다"며 "올 여름 2020 도쿄 올림픽을 봤다. 양궁과 탁구, 배구 등을 보면서 선수들의 노력과 스포츠정신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메달을 따고 단상 위에 올라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항저우에서 단상 위에 오를 자신이 있다. 메달 색깔은 아직 모르지만 지금의 내 바둑만 계속 이어진다면 충분히 우승도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는 바둑의 세부 종목은 남자‧여자 단체전과 함께 남자 개인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바둑계 관계자에 따르면 개최국 중국이 자신들의 우승 가능성이 높은 개인전을 추가했다.

신 9단은 "중국은 물론 한국 기사들도 강하기 때문에 개인전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단체전은 충분히 해 볼만 하다. 농심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처럼 5명이 한 팀을 이룬다면 중국과도 경쟁 할 수 있다"면서 "태극기를 달고 국제대회에 임한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죽기살기로 임해서 많은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9.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인공지능 시대 맞이…"내게 동기 부여를 주는 존재"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 이후 바둑과 AI는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당시 알파고는 인간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한‧중‧일 프로바둑기사들과 총 60번 대국을 펼쳐 모두 승리를 챙겼다. 이어 세계 최고라고 평가 받았던 커제 9단과의 3번기에서도 모두 승리했다.

세계 정상급 기사들을 무력하게 만든 AI의 등장에 바둑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인간이 AI와 경쟁 하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다. 신진서 9단을 비롯한 최정상급 기사들이 최대 1000판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고 있지만 AI는 16만건 이상의 기보를 입력했다. 이 부분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

신 9단은 "처음에 알파고의 바둑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커제 9단과 대국을 펼친 알파고의 기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인간이 감히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라면서 "그래도 처음 AI가 등장했을 때보다는 격차가 줄어들었다. 기사들도 AI를 통해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하니까 많은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신 9단도 AI를 연구하며 또 성장하고 있다. 신진서 9단은 "국내에서 오랜 시간 1위를 유지해도 나보다 더 뛰어난 존재(AI)가 있다는 생각에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다. AI는 내게 동기부여를 주는 존재"라며 "AI 덕분에 연구할 때 많은 도움을 받는다. 예전 같으면 3시간 동안 고민했던 수도 이제는 30분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시대와 함께 현재 바둑계는 전 세계에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도 보내고 있다. 서로 마주 앉아서 대국을 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대국하는 상황이 잦아졌다.

신진서 9단은 "아무래도 커제 9단과 마주 앉아 대국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좋다"면서 "커제 9단은 대국 중 움직임이 많다. 의도하지 않는 몸짓이지만 상대편 입장에선 신경이 쓰인"고 웃었다.

이어 "예전에는 바둑을 둘 때 상대와 기 싸움을 하는 묘미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를 느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예전과 같은 환경에서 대국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한편 신 9단은 앞으로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LG배 조선일보기왕전 8강전,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 등 세계 메이저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우승을 차지한 제13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3번기 2국을 복기하고 있다. 2021.9.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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