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9일 아기부터 10세 미만 조카까지..무차별 학대로 숨진 아이들

유재규 기자 2021. 9.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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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5월 경기 용인·수원·화성 등 아동학대 관련 잇단 사망사건
전문가 "낮은 처벌수위 문제인 듯..까다로운 입양 절차도 필요"
돌보던 초등학생 조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부부가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경기=뉴스1) 유재규 기자 = "조카에게 악령이 씌였다." (이모·30대)

"미혼모가 아기를 떨어뜨린 것 같다." (미혼부·20대)

"애가 칭얼거려 때렸다." (양부·30대)

지난 1월~5월 경기 용인, 수원, 화성지역에서 아동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진 사건의 피고인들이 밝힌 진술이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던 때 경기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치사 사건은 국민들을 더욱 공분을 사게 했다.

사랑과 보호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이들은 아이를 학대라는 고통의 시간 속에 가둔 채 아이들을 숨지게 했다. 숨진 아동 가운데 생후 한 달도 안된 아기도 있었다.

해당 사건들은 현재 수원지법과 수원고법에서 다뤄지고 있다.

폭력은 물론, 개똥을 먹이는 학대를 일삼으며 10세 조카의 머리를 욕조 물에 담갔다 빼는 행위로 결국 아이를 숨지게 한 이모 A씨(34·무속인)는 지난 8월13일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이모부는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지난 2월8일 낮 12시35분께 용인 처인구 소재 주거지에서 조카(10·여)에게 상습적인 학대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카에게 집에서 기르던 개의 똥을 강제로 핥게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엽기적인 학대도 서슴지 않았다.

이 모든 사실을 친모인 B씨(31)는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구조는 커녕, 오히려 방임하고 A씨의 학대를 용이하게 했다.

B씨는 2020년 11월 의붓언니인 A씨에게 아이를 양육해 줄 것을 부탁하고 이를 승락한 A씨는 조카가 숨지기 두 달여 전부터 약 20차례 학대를 일삼았다.

심지어 A씨 부부가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에도 B씨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B씨 역시, 아동학대 방조 및 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지만 법원은 "친모로써 양육의 도리를 다하지 않았기에 결국,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취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의 구형량 보다 1년 더 높은 형량을 선고 함으로써 B씨를 법정구속했다.

'화성 2세 입양아 학대 사건'의 양부 A씨가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1.5.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자신의 행동으로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도 있었다.

지난 1월2일 오후 9시께 수원 장안구 소재 자신의 주거지에서 오른손에 금반지를 낀 채 생후 29일 된 딸의 이마 부위를 2~3차례 가격,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미혼부 C씨(20)다.

그는 첫 공판부터 "자신의 학대에 의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닌, 친모가 아이를 땅에 떨어뜨려 아이가 죽었다"는 취지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 6월17일 "C씨가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는데 진술을 번복한다. 법의학 감정 등을 통해 오래 전부터 학대에 의한 사망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양부의 학대와 폭행으로 반혼수상태(Semi-Coma)에 빠졌던 2살 입양아는 연명하던 끝에 결국 두 달만에 숨졌다.

양부 D씨(36)는 지난 4~5월 화성 남향읍 소재 자신의 아파트 거실과 안방 등에서 민영이(입양 전 이름)가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수차례 때리고 뒷덜미를 잡고 흔드는 등 폭행과 학대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양모 E씨(35)는 D씨의 이같은 범행을 목격하거도 저지하지 않고 두둔하며 민영이를 보호하지 않는 등 피해아동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던 지난 5월8일 반혼수상태에 빠진 민영이는 치료가 요구되는 주요한 상황임에도 이들 양부모는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7시간 동안 아이를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병원에 민영이를 데려간 이들은 의료진의 학대의심 신고로 검거됐다.

민영이가 숨지기 전에 기소된 사건인 만큼 비공개로 진행된 2차 공판에서 D씨는 법정에서 마네킹으로 범죄상황을 재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D씨에 대한 혐의와 공소사실 일부를 수정해 공소장을 변경할 예정이다.

이들 부부는 2020년 8월께 경기지역 소재 한 입양기관을 통해 민영이를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E씨는 도내 한 시·군에서 그룹홈을 운영,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복지시설을 운영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아동학대 관련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에 대해 처벌 수위가 미국과 유럽보다 비교적 낮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수원지역의 한 아동학대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미국은 1급 살인죄를 적용하거나 독일은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등 사례가 많은 반면, 국내는 이러한 사례가 드물다"라며 "아동학대로 빚어지는 아이들의 안전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자녀를 둔 부모가 입양할 때는 굳이 입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아이를 키워 올바르게 양육할 수 있는지 등 입양관련 다양한 심사와 절차도 지금보다 더 까다롭게 이뤄져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학대사례가 아니더라도 부모나 양육자는 과거 훈육이라고 실행한 체벌이 이제는 학대로 이어질 수 있어 올바른 교육 등 경각심을 갖고 아이를 대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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