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② 65년 이발 외길 정원이용원 서정현 씨

공웅조 2021. 9. 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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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수십 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장인과 그들의 외길 인생을 함께한 오래된 가게를 돌아보는 '부산의 노포' 기획보도입니다.

단골손님들 때문에 문도 닫지 못하고, 65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발소에 한 번 가보겠습니다.

공웅조 기자입니다.

[리포트]

의자 3개가 놓인 단출한 이발소.

하얀 가운을 입은 이발사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가위질을 합니다.

손질이 끝나자 한편에 놓아둔 밥솥에서 따뜻한 비눗물을 퍼서 새하얀 면도 거품을 만듭니다.

40년이 넘은 의자와 가위, 머리카락을 자르고, 수염을 깎는 방식도 이발사의 연륜만큼 예스럽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열여섯에 처음 이발 가위를 잡았습니다.

올해 나이 여든하나, 어느덧 65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매일 오전 7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문을 닫습니다.

[서정현/65년 경력 이발사 : "노력하고 또 꾸준함 그런 성실함을 가지고 일을 한 것 같아요. 고객님들도 (저를) 믿는다는 걸 알고, 나 역시도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또 노력을 한 거죠."]

30년 넘는 단골만 40~50명, 10년 단골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돕니다.

[서정범/55년 단골손님 : "우리 서 사장님은 그때는 아주 동안이었어요. 생전에 늙을 거 같지 않더라고요. 그러더니만 나이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에요."]

직원 14명을 둘 정도로 잘 나갔지만 퇴폐 이발소가 등장하고 미용실에 손님을 뺏기며 좌절도 겪었습니다.

["(가게에 걸린 글귀는) 자기가 한 번 마음 먹으면 어떤 환경에 있더라도 그래도 한 번 뜻을 펼쳤으면 쭉 걸어가라는 의미입니다. 저 말이 참 좋더라고요. 나한테 딱 맞는 말이고."]

건물이 헐리고 주차장이 생겨 이발소 자리를 옮길 때도 단골들이 못 찾을까 봐 가까운 곳으로만 다녔습니다.

["오랫동안 사귀어온 고객님들이기 때문에 한 손님이라도 더 보고 싶다고 할까. 올 것 같기도 하고. 계속 손님들 생각이 많이 나고 그랬죠."]

자신을 찾아주는 손님을 위해 끝까지 가위를 놓지 않겠다는 여든 이발사.

이제는 손님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공웅조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

공웅조 기자 (sal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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