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에 해골이? BTS는 모르는, 완주의 숨구멍
전주 옆 완주는 BTS 덕분에 소문난 여행지가 되었다. BTS가 2019년에 썸머패키지를 촬영한 이후 오성제, 아원고택, 위봉산성 등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발길이 잦아졌다.
그렇지만 BTS 멤버들이 호수를 보면서 하늘을 날은 경각산 패러글라이딩은 상대적으로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경각산 패러글라이딩 업체에는 완주군에서 BTS 멤버로 추정되는 형상을 팻말로 제작해 꽂아놓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별다른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또한, 완주에는 아직 조명받지 못한 ‘꽁꽁’ 숨은 여행지가 있다. 풍화작용이 만든 해골바위가 있는 기차산, 올해 문 열고 동심을 저격하는 삼례책마을, 카라반 품은 무궁화동산인 고산휴양림이다. 가을에 가기에는 매우 적절하다. 아마도, BTS 한 번 더 완주를 간다면 이번에는 발길을 주지 않을지 상상해본다.
완주의 산 중에는 사계절 내내 아름답고 특히 가을에 단풍 곱게 물드는 대둔산이 가장 유명하다. 도립공원이지만, 풍경은 국립공원급이다. 게다가, 케이블카가 생겨 짧고 굵게 단풍 구경 하고 싶은 분들이 반색한다. 그렇지만, 가을철 명산은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단풍보다 많은 인파에 치여 괜한 후회가 밀려오기 일쑤다.
그래서 대둔산 단풍 대신 기차산 해골 바위를 추천한다. 기차산 해골 바위는 첩첩산중인 구수마을을 거쳐 올라야 한다. 기차산은 한국전쟁 때 지리산에서 밀려난 빨치산 대원들이 숨어들었을 정도로 깊고 은밀하다. 나중에는 육군 유격훈련장으로 쓰였다. 꼭 738m 정상 장군봉을 찍지 않아도,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다. 고릴라나 유인원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바위가 있다. 풍화작용 탓이다. 마을에서는 ‘용 먹은 바위’라고 불렀다. 최근에는 등산객들이 해골바위로 이름붙였다. 몸이 날랜 이장님은 훌쩍 올라 입에 들어가 누워있는 멋진 포즈를 취했다. 기차산은 길이 아주 가파르지는 않으나, 안내는 다소 부실하다. 줄을 잡고 줄줄이 이동하는 코스가 많아 기차산인데, 하산하면 발이나 종아리보다는 어깨가 결린다. 해골바위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장군봉까지는 5시간은 잡아야 한다.
전혀 몰랐단다. 검은색 SUV 차량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수십 명이 패러글라이딩 업체를 둘러 쌓을 때 경각산 패러글라이딩업체 에어피닉스 사장님은 그냥 아이돌이겠거니 생각했다. 나중에 그들이 BTS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당장 중학생 딸부터 울고불고 난리였다. 어떤 아미(ARMY, BTS 팬클럽)는 BTS 멤버가 사용한 물병을 ‘득템’하기 위해 단숨에 달려와 가져갔다. 딸이 왜 부르지 않았냐고 하도 성을 내는 통에 사장님은 본인이 사용하던 수건을 갖다 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등학생이 된 딸은 아직도 그 수건을 신줏단지 모시듯이 한다. 패러글라이딩 외엔 큰 관심이 없는 강사들은 BTS가 누군지도 모르고, 온 줄도 모르고 체험 비행에 임했지만, 나중에 알리려고 하니 방법이 없었다. 소속사 허락 없이는 사진 한 장 붙일 수 없었다. 완주군에서 제작한 BTS 로드 도장도 경각산 패러글라이딩은 인근 술박물관에서 찍어야 한다. 최소 하루 전에 전화 예약 필수.
경각산에서 패러글라이딩 업체는 두 곳이다. BTS는 두 군데 모두를 이용했다. 에어피닉스 사장님은 당시 BTS 멤버 중 지민을 태웠다. 그때 그 풍경이 지금 이 풍경과 그렇게 다를 리가 없다. 호수와 논밭, 그리고 독특하게 생긴 술 박물관도 보인다. 비록 체험비행이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은 짜릿했다. 에어피닉스 사장님은 경각산은 호남에서는 유일하고, 전국적으로도 5위권에는 드는 패러글라이딩 명소라고 자부했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다. 무궁화의 색깔은 무엇일까. 분홍색?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무궁화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250여 종, 한국에는 200여 종이 있다. 개중에는 흰색이나 붉은색 종류도 있다. 완주 고산자연휴양림에는 180여 종류의 무궁화가 피고 진다. 7월부터 10월부터 피는 기간이 길어서 다소 듬성듬성 핀다. 한 번에 화사하게 꽃밭이 만개한 모습은 보기 어렵다. 대신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 보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무궁화 꽃밭인 무궁화 테마 식물원을 지나면 걷기 좋은 길과 시원한 갯가가 이어진다.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 등이 빽빽이 들어선 조림지와 활엽수, 기암절벽 등이 어우러져 호젓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다. 덩굴로 덮은 산책로와 갯물을 건너는 다리가 특히 운치가 좋다. 연인과 함께라면 저절로 손을 잡거나 어깨에 기대고 싶어진다. 카라반이 있는 오토캠핑장에서는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짚라인은 코로나 탓에 잠시 운영을 중단했다.
관광에서도 재활용과 분리수거를 잘해야 한다. 옛날에는 일제가 수탈할 양곡을 쟁여두던 창고였는데, 지금은 아주 예쁜 박물관으로 변신한 삼례책마을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책박물관은 협동조합을 통해 넘어온 책이 진열되어 있다. 표지 뒤편에 가격과 라벨을 붙여놨다. 책 종류는 역사, 문화, 미술 등을 망라한다. 카페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바로 옆에는 그림책미술관이 있다. 올해 5월 5일 어린이 날에 개장한 그림책미술관은 대영제국 때 출판황금기를 이끈 작가 호프 그레이브스의 미발표 원고와 아일랜드의 그림책 작가 나오미 삽화를 전시한다. 이 원고와 원화들은 1940년경에 완성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출판되지 못하고 그동안 잊혔던 작품으로 완주 그림책미술관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그림책 원화의 이미지를 본떠 만든 조형 작품 감상도 독특한 재미다. 예쁜 그림을 보면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이 순수한 마음이 샘솟는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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