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진 유대인 후손들, 현재 인도 북동부에 산다?

이철민 선임기자 2021. 9. 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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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20일 사진 특집 기사로 인도 북동쪽 끝과 미얀마가 만나는 접경 지역에 사는 ‘유대인 부족’을 다뤘다. 겉모습은 전형적인 아시아인이지만, 인도의 미조람 주(州)‧마니푸르 주와 미얀마의 친 주에 사는 미조‧쿠쿠‧친족(族) 중 일부는 자신들이 구약 성경에서 유대 민족을 구성한 야곱의 열두 아들 중 역사 속으로 사라진 ‘므낫세 지파’에 속한다고 믿는다.

구약 성경에 따르면, 야곱은 아들 요셉의 두 아들인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자신의 아들로 삼았다.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갈려 존재하던 BC 8세기, 북이스라엘 왕국은 당시 중동의 패권국이었던 앗시리아에 멸망했고, 이곳에 살던 열 지파는 고향에서 쫓겨나 각지로 흩어졌다. 이 열 지파가 어디로 갔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유대교 관습에 따라 키파(모자)와 테필린(이마에 두른 성경 구절을 담은 상자)을 쓰고, 탈릿을 두른 채 기도문을 읽고 있는 인도 동북부의 유대인들./thejewsofindia.com

그런데 인도 북동부에 사는 주민들이 자신들이 바로 사라진 열 지파 중 하나인 므낫세 지파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북이스라엘 왕국에 이어 바벨론에 붕괴된 남(南)유다 왕국을 이룬 두 지파인 유다와 베냐민 지파의 일부는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 때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따라서 현재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는 이론적으로는 이 두 지파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인도 동북부의 이 ‘므낫세의 후손’들은 1950년대에 형성된 것이다. 이들의 ‘존재’는 그동안 알려졌다. 이들은 원래 자연의 모든 것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정령‧精靈신앙)을 따랐다. 그러다가 영국 선교사들로부터 개신교를 받아들인 뒤 자신들의 전통 관습과 구약 성경에서 읽은 고대 유대인들의 관행 사이에 일부 유사성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수천 명이 유대교에 따른 종교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므낫세 지파'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유대인들이 주로 사는 인도 북동부의 마니프루-미조람 주와 미얀마의 친 주 접경 지역. /구글 지도

실제로 2014년 4월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가을 추수를 한 뒤 부르는 ‘시크푸이’ 구전(口傳) 가요엔 구약 성경에서 유대 민족이 이집트의 노예 생활을 탈출할 때의 상황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시크푸이 잔치상을 준비할 때에/크고 붉은 바다가 갈라졌지/우리가 적들과 싸우며 전진할 때에/낮에는 구름 기둥이 우리를 인도했지.”

이들을 다룬 이스라엘 언론 매체에 따르면, 지금도 인도와 미얀마 접경 지역에서 수천 명의 ‘유대인’들이 직장의 차별에도 안식일을 지키고, 생후 7일째에 포경수술(할례)를 하고, 유대인식(式) 음식 규례를 따른다.

하지만 2003~2004년 이들 중 남성 수백 명을 상대로 실시한 DNA 테스트에선 중동계 조상을 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2005년 인도 콜카타에서 일부 여성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중동계 조상의 흔적이 나왔지만, 이는 유대계 민족이 지난 수천 년 이동하면서 빚어낸 혼혈의 흔적일 수도 있다.

인도 동북부 유대교 주민들에게 '므낫세의 후손'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유대교 랍비 엘리야후 아비카일/자료사진

또 이들에게 ‘므낫세의 아들들(브네이 므낫세)’이란 이름을 붙여준 것은 엘리야후 아비카일 유대교 랍비(2015년 9월 사망)였다. 그는 ‘내 민족이 돌아온다’는 뜻의 민간 단체인 ‘아미샤브’를 설립하고, 평생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는 사라진 열 지파가 주로 아시아로 갔다고 믿었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많이 사는 파수튠족, 인도 북부의 카슈미르족, 티벳 부근의 치앙족. 그리고 인도 북동부의 ‘므낫세의 후손’에 고대 유대인의 피가 많이 섞였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파슈툰족은 근본주의 이슬람 집단인 아프간 탈레반의 근거지다.

2017년 2월, '사라진 유대 지파'의 후손으로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120명의 인도인들을 소개한 당시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 내용./타임스오브이스라엘

이스라엘 정부의 ‘인도 북동부 유대인’에 대한 입장은 모호하다. 2005년 3월 당시 최고 유대교 랍비 쉴로모 아마르는 이들을 ‘므낫세의 후손’으로 공식 인정했고, 지금까지 약 4000명이 공식 개종 절차를 밟아서 이스라엘로 이주했지만, 한때는 이주를 불허하기도 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아랍계가 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요르단강 서안(West Bank)의 유대인 정착촌으로 이주한다.

하지만 ‘므낫세의 후손’들이 처음 이스라엘로 이주하기 시작한 1994년 8월, 당시 인도 주재 이스라엘 대사인 에브라임 두베크는 본국 정부에 비밀 전문을 보냈다. 두베크는 “인도에서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취급을 받는 3억 명에 달하는 ‘달리트’층 대표들이 유대교로 개종하고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방안에 대해 문의해 왔다”고 적었다. 인권 유린과 끝없는 내전에 시달리는 소수 민족에게 서유럽국가나 미국으로 갈 수 없다면, 이스라엘은 ‘차선(次善)의 목적지’일 수 있다.

그래서 두베크의 전문이 노출되면서, 애초 나치 독일의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을 흡수하려고 제정된 ‘귀국법’이 비(非)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이주하는 데 악용된다는 비판이 이스라엘 국내에서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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