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정 효과 회의적" vs "금융불균형 유의해야".. 금통위서 금리인상 놓고 설전
비둘기파,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 제어 등 회의적"
매파, "금융불균형 심각, 완화적 통화정책 조정해야"
21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 위원들은 지난달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집값, 가계부채 등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금통위 의사록(8월26일 개최)을 보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 가계부채 문제를 금리인상으로 해결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준금리 금리 인상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정도, 백신의 접종 속도와 효과 등을 살펴본 후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반대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다수 위원들은 저금리 기조가 집값 상승 기대를 자극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수 있다며 금융안정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맞섰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위원은 “과거 20여년 간의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의 흐름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 신용카드 사태 전후 일시 등락한 이후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선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적인 상승을 금리를 통해 제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추세를 벗어난 가계부채비율의 증가 속도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겠으나, 상승 추세 자체가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가계부채 증가의 많은 부분이 고소득·고신용자의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들의 대출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서 시민들이 ‘갭 투자’(세를 끼고 투자) 등에 나서고, 집값 상승 및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불균형 누적의 심화와 이에 따른 미래 금융불안정 가능성의 상승은 이 시점에서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을 더 늦추지 않는 것이 적절함을 시사하고 있다”며 “특히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파른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은 미래 금융불안정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국민들이 생애 적절한 주거 서비스를 누리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부문의 지속적 레버리지(대출을 일으켜 이뤄지는 투자) 증가는 미래 소비와 투자의 여력을 줄여, 빠른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활력을 더욱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금융불균형의 지속적 누적에 대해 거시건전성 규제만으로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다 분명해진 만큼 지난 1년 넘게 시행되어온 이례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과정을 더 이상 지체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의 가계대출 옥죄기와 관련해 비은행으로 대출이 쏠리면서 가계대출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몇몇 은행이 일부 가계대출 상품의 신규취급을 중단하는 등 대출관리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비은행권으로 대출이 쏠리는 등 가계대출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건전성 강화조치가 불가피하나 은행과 비은행 간 규제차이가 크지 않도록 적용방식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관리가 지나치게 엄격해질 경우 의도치 않은 정책 리스크가 유발될 수 있다”며 “신용 가용성(credit availability) 자체를 줄이는 과도한 규제 조치는 자칫 과거 2000년대 초 신용카드 사태와 같은 가계부채의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총량규제보다는 가격변수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는 견해를 보였다.
지난달 26이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2018년 11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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