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시민 대결로만 그린 민주노총 집회 보도 지적 잇달아
KBS·MBN 시청자위서 민주노총 집회 보도 비판
"정부 입장 표면적 전달, 노동자 시민 대결구도 그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구속기소 사태로 이어진 민주노총·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 집회 금지 조치와 관련해, 언론이 정부의 입장을 일방 전달했다는 지적이 복수의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에서 제기됐다. 시청자위원들은 각 방송사가 정부의 과도한 방침이나 근거가 미약한 발표를 검증 없이 보도했다고 짚었다.
KBS가 최근 온라인에 게시한 지난 7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권순택 시청자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은 KBS가 민주노총과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 집회를 보도하며 정부의 금지 조처나 '시민 불편' 등 표면적 요소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권 위원은 “KBS 또한 (여타 언론과 같이)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부적절했다'는 시각에서 보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집회에 대해서 보도할 때에는 '시민불편', '폭력 발생' 등 외적인 부분보다 당사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보도였다”라고 했다.
권 위원은 지난 7월3일 KBS가 “방역 당국이 감염 확산을 우려해 집회 취소를 요청했지만 민주노총 측은 장소를 기습 변경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밝히고, 21~23일 “이런 가운데 모레부터 부산 예정된 나훈아 콘서트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연기됐다”, “지역 주민들도 1인 시위를 벌이며 시위를 비판했다”고 보도한 점을 언급하면서 “노동자와 시민을 대결구도로 그렸다”고 지적했다.
KBS는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와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 집회가 열린 지난 7월3일부터 30일까지 8건의 관련 기사를 냈는데 이 중 6건이 제목에 경찰이나 정부의 입장을 담았다.
권 위원은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집회를 경계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나 민주노총의 '실외 스포츠와 콘서트 관람 등을 허용해놓고'라는 주장도 간단히 무시할 만한 부분은 아니다”라며 “무조건적인 '집회금지'가 아니라 집회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허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했다”고 했다. 권 위원은 “근본적으로 민주노총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이 싸우는 이유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 집회만을 부정적으로 보는 KBS에 아쉽다”고 밝혔다.
임장원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이에 “KBS가 노동자들의 집회만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위원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보도라는 비판도 겸허하게 새겨 듣겠다”고 답했다. 임 국장은 이어 “지난해 전광훈 목사 등이 주도하는 보수단체 광화문 대규모 집회는 전국적인 코로나 감염 확산 계기가 됐다. KBS는 피해 최소화와 혼란 방지라는 재난 보도 목적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헤아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임 국장은 “헌법적 기본권 또한 중요하다는 점도 다시 한 번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실제 거론하신 보도 사례에서 중대재해 대책 마련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자 요구를 원고 앞머리에 명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7월27일 내놓은 (원주시 집회 금지가 부당하다는) 판단은 당일 상세한 내용의 기사를 작성해 (텍스트로) 출고했다”고 밝혔다.
MBN 시청자위원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최근 게시된 MBN 7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명숙 시청자위원('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은 MBN 관련 보도에 대해 “집회 금지의 과도한 측면이나 인권 전문가 인터뷰 없이 정부의 지침만 일방으로 보도해 아쉬웠다”며 “국제인권기준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은 지난해 특별보고서에서 “공공보건 비상사태에서는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권이 보장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특히 언론인과 노동조합 (중략) 등은 일관된 보건 지침에 따라 이동 및 모임 제한이 면제된다”고 밝힌 바 있다.
명숙 위원은 “지난 7월3일 집회와 무관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다루면서도, (집회와 확진이 무관하다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발표는 후속보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MBN 측 관계자는 이에 “코로나19 확산 속에 집회가 확산을 더 부채질하지 않을까 하는 국민과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다 보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한 부분이 있다”며 “치우지지 않고 양측의 입장을 담아 공정한 시각의 기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수용 의견을 밝혔다. MBN 측은 “(조합원의 집회 참가와 확진이) 관련성이 없다는 방역당국 발표도 다뤘어야 마땅한데 방송 시간의 제약 등으로 다루지 못한 점은 개선하겠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고발 사주’ 가라앉고 이재명 ‘대장동’ 떴다 - 미디어오늘
- 홍준표 ‘방송토론 총괄특보’에 안철수 캠프 출신 표철수 - 미디어오늘
- 수상한 자금 흐름 ‘화천대유’ 의혹 수사 파급력은 - 미디어오늘
- 정준희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독재 망령? 핵심은 시장의 무질서” - 미디어오늘
- “한국 언론, 상대편 절멸하려는 선악 구도 정파성으로 ‘내전’ 만들어” - 미디어오늘
- 청년 내세운 조선일보 ‘비정규직 정규직화 때리기’ 점입가경 - 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X한민국, 도끼 들자” 보도에 “부끄러운 혐오” 비판 - 미디어오늘
- 성일종 “죽여버릴거야” 태안군수·지역기자에게 막말 논란 - 미디어오늘
- 김예령 “대변인, 말만 잘해서 신뢰감을 주는 건 아냐” - 미디어오늘
- 101세 철학자의 끝 모를 흑백논리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