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길·배스 어포 안주로 맥주 마실래?" 유해 물고기를 상대로 한 인간의 '새로운 반격'

윤희일 선임기자 2021. 9. 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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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외래 유해어종 배스로 만든 어포. 충청남도 제공


강준치·배스·블루길….

이들 물고기의 공통점은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인간은 이들 물고기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해왔다. 그동안 이들 물고기를 잡아 없애기 위해 온갖 애를 썼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간의 ‘새로운 반격’이 시작됐다. 단지 이들 어종을 잡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들 물고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어종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개체 수를 효율적으로 줄여나가자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유해어종 강준치. 충청남도 제공


■고유어종이지만 해만 끼치는 ‘강준치’

강준치는 외래종은 아니다. 원래 우리 하천과 호수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하지만, 도움이 안 되는 물고기다. 떼를 지어 다니며 작은 물고기를 먹어 치우는 상위 포식자로 악명이 높다. 게다가 비린내가 심하고 잔가시가 많아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내수면의 대표 유해 어종으로 꼽힌다.

강준치는 포식력과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 조절을 하지 않으면 폭발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해 내수면 생태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정말로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충남도가 연구에 나섰다. 단지 강준치를 없애는데 그치지 않고 이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다.

활용의 실마리는 강준치의 ‘강한 비린내’에 있었다.

“강준치를 꽂게잡이 통발 미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통발 미끼는 비린내가 강해야 하는데, 강준치의 비린내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구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꽃게잡이 통발에는 고등어 등 구입비용이 많이 드는 미끼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충남도의 연구에서 강준치의 효과가 입증됐다. 통발 100개에 고등어 미끼를 사용했을 때와, 같은 수의 통발에 강준치를 사용했을 때 잡힌 꽃게의 수가 80∼90마리로 거의 같게 나타난 것이다.

충남도는 이런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고등어나 정어리 미끼를 강준치로 대체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고등어·정어리 미끼를 강준치로 대체하는 경우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충남도는 미끼를 강준치로 바꾸는 경우 충남지역 300여 연·근해 통발 어선의 미끼 비용 3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국적으로 확산시킨다면 연간 400억원의 미끼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왔다.

그동안 충남도는 내수면 생태계 보전을 위해 연간 1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강준치 수매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수매한 강준치는 활용 가치가 없어 극히 일부만 사료나 액비 제조에 써왔다.

가공용으로 쓰기 위해 잡아놓은 배스. 충청남도 제공


■한국 물고기를 괴롭히던 배스와 블루길, 너 잘 만났다. 이젠 안주로 먹는다.

배스와 블루길의 악명은 오래전부터 높다. 두 어종은 1960년대 후반부터 내수면 어업자원(식용)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특유의 비린내가 강한 데다 탕·찜 요리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지 않아 외면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어종이 환경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배스와 블루길은 호수와 댐, 하천 등에 정착해 새우류와 잉어과 소형 어류, 치어 등을 닥치는대로 잡아먹으면서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때문에 우리나라 고유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충남도 등 전국의 지자체가 배스·블루길 퇴치를 위해 수매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폭발적인 개체수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 수매한 배스와 블루길은 활용 가치가 없어 예산을 들여 폐기처분하고 있는 형편이다. 충남도의 경우 2010년부터 현재까지 43억 원을 투입해 1053t을 수매했다.

충남도가 배스와 블루길과의 ‘새로운 전쟁’에 나섰다. 과거에 단순히 잡아 없애던 수준이 아니다. 이제는 잡아서 ‘돈’이 되게 하자는 쪽으로 작전을 바꿨다. 두 어종의 용도가 커지면, 돈도 벌고 배스와 블루길을 줄여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충남도는 배스·블루길을 이용해 맛살, 소시지, 어묵, 햄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연구에 돌입, 최근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냈다.

도는 배스·블루길의 고기 맛이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 중인 흰살생선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주시했다. 영양가가 높고 살집이 좋은 데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식재료로 애용되고 있다는 점도 참고했다.

충남도는 배스와 블루길 고시를 홍성과 서산의 식품업체에 위탁, 비린내를 제거하고 손질해 조미·숙성·찜, 건조·냉각 등의 과정을 거쳐 연육과 어육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한 배스·블루길의 연육과 어육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스·블루길의 연육으로 만든 어묵은 맛과 질이 시중에서 판매 중인 일반 어묵과 거의 비슷하다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두 어종의 어육을 가공해 만든 어포도 쥐치로 만든 쥐포와 거의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술안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충남도 관계자는 “공무원과 주민의 눈을 가리고 실시한 맛 평가에서 시중 어묵이나 쥐포보다 담백하고 고소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스와 블루길을 이용한 어묵이나 어포는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충남도는 이에 따라 배스·블루길을 어묵이나 어포로 개발하는 기술을 업계에 보급하기로 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배스와 블루길을 가공식품원료로 사용하는 시도가 성공할 경우 도내에서는 연간 50억원, 전국적으로는 20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원갑 충남도 해양수산국장은 “배스·블루길 가공식품 원료는 내수면 생태계 복원과 함께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료를 국내산으로 대체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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