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골계신 부모님은 어쩌죠?"..이틀에 한 곳씩 사라지는 은행지점들

류영상 입력 2021. 9. 21. 15:03 수정 2021. 9. 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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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대면 확산으로 감소 속도 빨라졌다
종이통장 현금인출기도 함께 줄어..고령층 불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나은행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4곳의 영업점을 통·폐합한다고 공지했다. 통·폐합하는 곳은 서울 신내동, 경기 상록수, 대구시 대구광장, 부산시 양정역점이다. 이들은 올해 12월 13일까지 인근 점포로 통합 이전된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달 7개(서울 강동역, 서울대입구역, 낙성대역, 인천 구월로, 경남 진주중앙, 부산시 동대신동(출장소), 서울 반포)영업점 및 출장소를 없애고, 11월 인근 점포로 통폐합 한다고 공지했다. 4대 시중은행들은 올 하반기에도 130여 개의 점포를 추가적으로 폐쇄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처럼 시중은행 점포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는 속도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모바일 이용 증가로 은행 점포 축소 추세가 이어지긴 했지만,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부터 더 빨라지고 있다. 실제 2018년과 2019년 줄어든 점포 수가 각각 23개, 57개 였으나 지난해에는 304개의 점포가 자취를 감췄다. 2015년 말 7281개이던 은행 점포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6326개로, 5년 여 사이 1000개정도가 없어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은행 점포는 지난해 말 6405개에서 올 상반기 6326개로 6개월간 79곳이나 문을 닫았다. 11개 점포가 신설되기도 했으나, 통폐합된 점포가 90곳으로 훨씬 많았다. 이틀에 한 곳씩 은행 점포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각 은행 지점마다 상황은 달라, 잘 사는 동네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많은 동네는 은행 풍경도 사뭇 다르다.

돈이 많이 모이는 서울 강남지역은 건물마다 점포가 하나씩 있기도 하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시골로 갈수록 은행 점포는 쉽게 찾을 수 없고, ATM만 설치돼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곳에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살고 있어 금융업무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곤 한다.

금융당국은 점포 축소로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불편이 커지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점포 폐쇄 시 출장소 형태로라도 남겨두거나 이동점포를 요일제로 운영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금융권의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은 점포 뿐 아니라 종이통장과 현금인출기 등 부담없이 은행 업무를 볼 수단들을 축소하고, 모바일뱅킹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IT 기술에 익숙치 않은 노인들은 애를 먹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어쩔 수 없이 창구를 찾는 경우에도 (모바일뱅킹에서 제공하는) 송금이나 환전, 예·적금 이자 등에서의 우대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지만, 노인전용 창구나 전용 안내전화를 확대하는 등 고령층을 위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사전영향평가 항목을 둬 점포 폐쇄를 까다롭게 하면, 이용자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대세로 떠오른데다, 점포 유지비도 만만치 않아 점포 축소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김욱배 금감원 은행감독국 부국장은 "점포운영에 대한 은행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노령층 등 금융이용자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은행들이 사전영향평가 등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충실히 운영토록 하는 등 금융이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한 감독 노력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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