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뉘는 용인 기흥구, 어떤 지역명 쓰는지에 집값 왔다갔다

조철오 기자 2021. 9.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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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24시]
용인시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그래픽. 가운데 회색 점선이 향후 독립을 검토하는 구성구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시가 기흥구를 둘로 나누는 분구(分區)를 추진하려 하자 지역 여론이 둘로 쪼개져 대립하는 양상이다. 용인시는 지속적인 도시 발전으로 인구 수가 늘어나자 효율적 행정 운영을 위해 분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분구는 시급한 문제가 아니고, 진행 시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이뤄질 것”이라며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흥에서 독립될 ‘구성’ 지역은 개발 호재가 많아 향후 광교나 판교, 위례처럼 소위 ‘뜨는 지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 빼곡히 들어서 있는 ‘남은 기흥’은 향후 낙후 지역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흥구 주민들이 찬성(미래의 구성구민)과 반대(미래의 기흥구민)도 팽팽히 나뉘어 대립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용인시 분구안 놓고 ‘기흥 vs 구성’ 팽팽

용인시 분구안은 15개 동으로 구성된 기흥구를 남서쪽의 기흥구와 북동쪽의 구성구로 나누는 방안을 말한다. 용인시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인근의 수원, 성남, 안양 등과 비교해 도시 발전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삼성반도체 단지가 조성되면서 1996년 시로 승격됐다. 현재 용인시는 넓은 땅덩어리와 분당·동탄 사이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 SK 하이닉스 단지 조성 등의 이유로 전국 1위 기초지자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용인시 분구반대 기자회견 /뉴시스

이 때문에 대도시 규모에 걸맞게 “현재 3개인 구를 4개로 늘려야 한다” “경찰서 신설이 필요하다” 등 주민들의 의견이 많다. 인구 100만명을 넘긴 수원, 창원과 비슷한 수준의 행정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원은 구가 4개, 창원은 구가 5개다.

그 시작을 기흥구 분구로 본다. 기흥구는 인구 44만명으로 경기도 파주시, 의정부시와 인구 수가 비슷하다. 현행법상 인구 20만명 이상일 경우 분구를 추진할 수 있다. 기흥구의 경우 2005년 기흥읍과 구성읍이 하나로 합쳐졌다.

현재 구성 지역은 용인 플랫폼시티와 3기 신도시 분양 등 개발을 앞두고 있다. 또 이전한 경찰대 부지도 개발이 점쳐진다. 구성은 북쪽으로 수지구와 맞닿아있고, 분당·판교 등과 상대적으로 가깝다. 지난달 용인시가 기흥구민 5만9766명을 대상으로 분구 관련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3만9832명(66.6%)이 찬성했다. 반대는 1만9934명(33.4%)에 그쳤다.

◇지역명에 집착하는 까닭은

기흥구민들은 구성을 지역을 알릴 원동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성 지역이 계속 기흥에 남아 있어야 전체적인 지역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성만 따로 독립해 나갈 경우 남은 기흥 지역은 구심점을 잃고 발전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다. 부동산 전문업체 ‘부동삶클래스’ 김창수 대표는 “아파트 청약이나 매매 시 미래가치를 판단해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초창기 가격 형성에 지역명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집 값을 올리는 데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경우 마포구와 서대문구의 경우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용인시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그래픽. /용인시 제공

수년 전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마포구)와 이편한세상 신촌(서대문구) 등 두 단지가 붙어 있었음에도 초기 분양가에 차이가 났다. 이편한세상 신촌 분양 당시 3.3㎡당 최저 분양가는 1720만원, 전체 평균 분양가는 2060만원 등을 기록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가 3.3㎡당 평균매매가 2180만원대, 비슷한 시기의 분양한 다른 단지가 3.3㎡당 평균 분양가 약 2300만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전문가들은 마포가 서대문과 비교하면 ‘학군이 좋다’는 인식이 초기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유사한 아파트 단지였지만 어느 지역에 속해 있는지로 초기 분양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의정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수락 리버시티는 단지 내 수락천을 경계로 1·2단지 1100여 가구는 의정부시 장암동, 3·4단지 1200여 가구는 서울시 노원구 등에 각각 속해 있다. 1·2단지 주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서울로 행정구역을 조정해 달라 요구하고 있다. 학교 배정, 행정기관 이용 등 생활에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1·2단지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집값이 1000만원 단위로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3·4 단지 매매가가 1·2단지 매매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지난해 초 서울시, 노원구, 의정부시가 상생발전 협약식을 갖자 ‘1·2단지가 서울로 편입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당시 경제 언론 매체에서 ‘1·2단지는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급등한다’고 주목하기도 했다.

◇전문가 “이름에 연연하지 않아야”

최근 오산 양산동에 있는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화성지역 전철역 이름을 넣은 아파트명을 바꾸려다가 행정 당국의 불허로 무산되는 사례가 나왔다. 아파트가 오산시에 있지만, 화성시에 있는 전철 역사인 ‘병점역’을 넣은 ‘병점역 S아파트’로 이름을 변경하려 한 것이다. 오산시는 S 아파트가 병점역보다 오히려 오산 세마역과 가깝고, 병점역과 직선 거리로 1㎞ 이상 떨어져 있어 역세권에도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불허 처분했다.

오산시는 지난 5월 보도자료를 내고 “오산시가 지역 정체성을 위한 공익적 차원의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오산시는 병점역이 세마역보다 대중들에게 더 알려져 있어 아파트 가치를 높이고자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흥구 분구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름이 집값 변화에 큰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 부동산 경매 전문가 김창수 대표는 “상품의 포장지가 좋다고 상품 품질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실제 부동산의 가치는 입지와 희소성인 만큼, 입지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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