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만 때려라' 이재명·홍준표의 위기탈출법

채종원 2021. 9. 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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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장동 의혹에 취대 위기, 이낙연 태도 문제 삼아 국면 전환 시도
이낙연 측 "일 생길 때마다 이낙연 끌어들여 물타기해" 비판
洪 '조국수사' 실언에 상승세 주춤하자,
윤석열은 무시, 이재명만 때리며 양자구도 부각

여야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각각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각자 처한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려 '1명만 공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본인의 의혹 또는 실책에 대한 해명이 잘 먹히지 않자 경쟁자의 태도·의혹을 더 쎄게 제기하는 것으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로 보는 것이다.

21일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 경선 시작 이후 가장 큰 어려움에 빠졌다.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명명하기도 하고, '택지 공영개발 제도화'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특혜 의혹'으로 설정된 프레임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사안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용어도 많아 보통 사람들에겐 해명 내용이 잘 와닿지 않는다"며 "대신 권언유착, 전관예우 등 자극적인 프레임만 남은 상황이라 이 지사로서도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봤다.

당장 이날 시작된 민주당 호남경선 투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전체 1위를 뺐겼고, 어떤 조사에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호남에선 앞섰다. 아직 여권 1강이지만 추석 밥상 민심이 이 사안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향후 판세는 요동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를 향한 공세수위를 한 껏 높혔다. 발언수위도 쎄졌다. 이재명캠프의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물리쳐야 할 '나쁜 후보'가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크게 염려한다"고 비판했다. 또 캠프는 성명서를 통해 "이 전 대표는 오해를 풀고 '국힘 토건 게이트'의 진실을 직시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 지사도 "보수언론과 부패야당의 허위주장에 부화뇌동해 동지를 공격하는 참모들을 자제시켜 달라"며 "투자 수익률에 대한 명백한 곡해와 보수언론 편승주장에 대해 공식사과가 어려우시면 유감표명이라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태도를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이는 예비경선 이후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를 향해 네거티브 전략을 취했을 때 대응했던 방식과 비슷하다. 당시 이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봤고, 골든크로스까지 공언했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주춤했다.

이런 경험을 의식한 이낙연캠프의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비상식적'이라고 답변한 김부겸 총리는 '나쁜 총리'인가, 의혹을 보도한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들은 '나쁜 언론'인가, 뭔가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국민들은 '나쁜 국민인가'"로 되물었다. 또 이날 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캠프는 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전 대표를 끌어들여 물타기를 하는가"라며 "경기도 예산과 인사, 황교익 파문, 무료변론 등 그렇게 돌려까기를 해서 위기를 탈출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영찬 캠프정무실장은 "이낙연과 국민의힘을 엮는 프레임을 멈춰라"라고 했고, 정운현 공보실장은 "원팀 운운하며 네거티브하지 말자더니 이젠 대놓고 총질하네"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를 집중 공격하고 있지만 본인도 홍 의원에게 당하고 있다. 홍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해 '과했다'고 표현한 뒤 '조국수홍'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지지율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 위기 탈출법으로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을 꺼내 들었다.

홍 의원의 페이스북을 보면 최근 며칠간 대부분의 주제는 대장동 의혹이다. 전날인 20일엔 대장동 현장을 찾아서 "대통령이 되면 관련자는 그 누구라도 모두 엄단하고 부당이득은 모두 국고로 환수 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내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내용은 별로 없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앞서는 여론조사 내용이 있고, 이 지사와 관련된 내용에 과거 그의 발언인 '장모가 10원도 안받았다'를 소환한 정도다.

홍 의원으로서는 당심에서 앞서는 윤 전 총장을 누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이 지사와의 대결 그림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윤 전 총장을 무시하고 있고, 이 지사에 맞설 유일한 야권 후보는 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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